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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아무나 못준다”…‘친미 감별사’ 변신한 F-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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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1 14:00:00 수정 : 2019-06-25 15: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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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 활주로에 주기되어 있다. 미 공군 제공

 

강대국들이 개발해 운용하는 전략무기들은 단순한 군비 증강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의미를 지닌 경우가 많다. 특히 전략무기의 해외 수출이나 관련 기술 이전은 해당 국가가 우방국인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일종의 ‘감별사’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에는 F-16 전투기가 ‘감별사’ 역할을 맡았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F-16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과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돼 냉전 시대 미국과 우방국들간의 군사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F-16이 맡았던 ‘감별사’ 역할은 2000년대 이후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가 맡는 추세다. 유럽과 아시아의 우방국들은 공동개발 또는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을 통해 F-35를 도입하고 있다. F-35 도입 확대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에 기인하지만,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다지려는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적 의도와 함께 우방국의 군비 증강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속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유럽, 아시아 “F-35 사겠다”

 

미국 내에서는 F-35의 기술적 결함과 후속군수지원 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F-35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이 해외 이전을 꺼리는 스텔스 기술이 포함된 전투기를 구매해 미국과의 관계를 과시, 안보를 유지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폴란드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F-35A 32대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폴란드 공군은 F-16 전투기 48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러시아제 MIG-29 21대와 SU-22 26대도 함께 운용해왔다.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경계하는 폴란드는 F-35A를 도입하면서 러시아제 전투기를 모두 퇴역시켜 미국과의 군사적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폴란드가 F-35 32대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면서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로 축하비행을 실시하는 등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 공군 조종사들이 F-35A가 이륙하기 전 기체 점검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벨기에도 지난해 10월 F-16을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로 F-35A를 선정했다. 벨기에 정부는 36억유로(4조 6800억원)를 들여 차세대 전투기 34대를 2023년까지 구매하기로 하고 기종선정을 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당초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 공동개발한 타이푼 전투기나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가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유지하려는 벨기에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유럽의 협력관계보다 우선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벨기에 정부 발표 직후 “벨기에의 정치적 제약을 이해하지만 전략적으로 볼 때 유럽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F-35 도입을 선택하는 국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의 방위력 향상을 위해 F-35A를 그리스와 루마니아, 스페인, 싱가포르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가 F-35A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볼 때 이들 국가에도 F-35 판매가 허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스와 루마니아는 재정적 제약을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스페인은 해군 상륙함과 경항공모함의 기능을 통합한 ‘후안 카를로스 1세’호에 탑재할 함재기로 F-35B를 고려하고 있다. 공군도 독일, 프랑스와의 전투기 공동개발과 함께 F-35A 도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미 공군 F-35A가 공중표적을 향해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은 F-35에 의한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공군형인 F-35A와 해병대형 F-35B를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경항공모함에 탑재할 함재기로는 F-35B 외에는 운용 가능한 항공기가 서방측에는 없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백대의 F-35B를 운용하지 않는다면, 독자적인 F-35B 훈련 및 군수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 해병대 항공부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는 미 해군 및 해병대와 영국, 이탈리아, 일본 해상전력의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바다 위의 만리장성’이 들어서는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결과다.

 

◆중동과 대만은 F-35 도입 못해

 

반면 중동 지역 국가와 대만 등은 F-35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러시아나 중국제 무기를 구매해 기밀 유출 우려가 제기되거나 국제정치적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터키는 F-35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해 자국 방위산업체들이 일부 구성품 제작을 맡아왔다. 하지만 터키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 도입을 결정하자 미국은 이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F-35A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F-35A를 인도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F-35 생산과 관련해 터키 항공업체들과 맺은 계약을 2020년까지 종료하고,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의 터키 조종사 훈련과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의 터키 정비 인력 훈련 등도 종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공군 F-35A가 유타주 힐 공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에 터키는 S-400 도입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제 SU-57 스텔스 전투기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으나, F-35A를 대신할 전투기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는 F-35A 도입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이스라엘보다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 미국의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F-35A를 도입하는 동안 사우디는 F-15SA와 타이푼 전투기에 만족해야 했다. 다양한 종류의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해 위력이 높아졌지만 스텔스 성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격차가 뚜렷하다. 특히 사우디는 중국제 탄도미사일을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으며, 러시아제 S-400 도입을 추진중이다. 네트워크 연결에 의한 해킹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이 F-35A를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면서도 ‘대만관계법’을 제정,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때마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대만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무기만 공급되고 있다. 실제로 대만은 F-35A 도입을 원했으나 미국은 F-16을 개량한 F-16V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해킹으로 인한 기밀유출 가능성도 F-35A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F-35를 판매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해당 국가를 지켜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같은 편이므로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신뢰관계가 유지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과거 이란에 F-14 전투기를 수출했다가 이슬람 혁명으로 F-14를 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미국이 전투기 해외 판매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다. F-35A의 해외 판매 추세를 살펴보면 미국의 대외 전략이 드러난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기 구매를 통한 국제정치학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F-35A 40대를 구매한 우리나라도 F-35A를 통한 미국과의 안보협력 가능성이 새롭게 열렸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미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헛돈’만 쓰게 된다. F-35A의 도입을 군사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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