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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이파리가 더욱 진해지는 6월, 한동안 메말랐던 논에도 초록이 차올랐다. 모내기를 마친 농부는 황금빛 가을 들판을 그리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모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농수로 진흙 바닥에서 먹이를 찾느라 열심이던 미꾸리가 인기척에 놀라 급히 수초 그늘로 숨어든다.

잉어목 미꾸리과에 속하는 미꾸리는 길이 20cm 정도의 작은 민물고기이다. 가늘고 긴 원통형 몸매에 다섯 쌍의 짧은 입수염, 깨알 같이 작은 눈, 동그란 등·뒷·꼬리지느러미, 드문드문 어두운 반점이 섞인 황갈색 피부는 농수로에 잘 어울린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는 어류학 기술서인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 한자로 泥?(니추), 한글로는‘밋구리’라 적으며 얕은 진흙 속에 사는 물고기로 소개하고 있다.

물고기가 아가미를 통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꾸리가 피부나 창자로도 숨을 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복부 대부분에 걸쳐있는 창자의 안쪽 벽에는 모세혈관이 잘 발달돼 있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미꾸리는 수면으로 올라와서 공기를 들이마시고 곧바로 바닥으로 다시 내려간다. 동시에 작은 공기방울이 항문으로 빠져 나온다. 창자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나머지 공기를 몸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밑이 구린 물고기, 밑구리. 피부에서 미끌미끌한 점액을 분비해 미꾸리라 불렀을 테지만, 방귀 때문이라는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동일한 생물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들은 엄연히 서로 다른 물고기이다. 일반적으로 수염이 짧고 몸통이 둥글면 미꾸리, 수염이 길고 몸통이 납작하면 미꾸라지로 구분할 수 있다. 꼬리 부분의 등쪽 융기연이 등지느러미에서 조금 떨어져서 시작하면 미꾸리, 바짝 붙어서 시작하면 미꾸라지가 틀림이 없다. 예로부터 추수를 끝낸 우리네 농부의 건강까지 책임져 온 추어(鰍魚) 미꾸리가 중국산 미꾸라지에게 밀리는 것 같아 속상하다.

김병직·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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