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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포퓰리즘 vs 기득권층…강한 리더십보다 변화 택한 유럽

입력 : 2019-05-28 19:53:54 수정 : 2019-05-28 22: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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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결과 분석 / 강한 리더십보다는 새 변화 택해 / 주도권 쥔 중도 좌·우파 과반 붕괴 / 정치 지형도 복잡하고 다양해져 / 분열·정치 양극화 해소 과제 부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프레스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27일(현지시간) 차기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의석 수를 나타내는 도표가 비치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50.95%로 잠정 집계돼 지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뤼셀 AP=연합뉴스

유럽은 하나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최근 인도, 호주, 필리핀 등이 택한 ‘강한 리더’(tough leaders)는 유럽에서는 대세가 되지 못했다. 기성정당의 몰락과 극우·녹색당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포퓰리스트 중심의 신흥세력과 기득권층의 대결이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분열되고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세력 간 간극을 좁히는 일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선거 결과를 두고 마틴 셀메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은 유럽인들의 “각성(wake-up call)”을 반영한다고 27일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셀메이어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지도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유럽인들이 지금 손을 놓으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위기감을 잘 보여주는 것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투표율(50.95%)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위기를 타개할 정답이 나왔다기보다는 유럽의 정치 지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포퓰리스트와 민족주의로 대변되는 극우세력은 분명 5%포인트가량 득표율을 높인 25%로 약진했지만 “극우 바람(populist wave)으로 보기엔 확실히 역부족”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일부 국가 단위에서는 세를 얻었지만 유럽 전체적으로 보면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로 극우세력이 환영받는 비중이 격차가 꽤 크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주도권을 쥐었던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는 과반이 붕괴됐다는 충격이 크지만 여전히 42%의 지지를 얻었다. 기성 정당이 몰락한 자리엔 녹색당과 통합파 등 새롭고 확실한 색채의 세력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한 주장과 이념을 지닌 신생 정당들이 떠올랐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중도 좌·우파가 새롭게 부상한 세력들과 얼마나 잘 연대할 것인지가 기득권 유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전역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며 깜짝 성과를 보인 녹색당의 부상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녹색당 계열은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에 힘입어 현재 의석수(52석)에서 17석을 늘리며 69석(전체 의석의 9.2%)을 확보했다. 바스 에이크하우트 녹색당 위원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유럽을 위해 확실한 변화를 요구하는 당”이라고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으로 유럽은 이러한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 양상 속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여갈 것으로 보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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