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었던 친구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낳고 27년째 파리 근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 다비드는 약간 엄격하고 말이 없는 가난한 남자였지만 성실했다. 친구 역시 가난해서 그녀는 웨딩드레스 대신 어느 한국 교민의 낡은 한복을 빌려 입고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프랑스에 살 때 우리는 개를 좋아하는 다비드 때문에 교외의 마당 있는 집에 세 들어 살던 그녀의 가족을 가끔 만났다. 결혼 후 백화점에 점원으로 취직한 그녀는 연이어 낳은 아이로 지치고 힘들어했고, 좁은 집안은 여러 마리의 개와 어린아이가 어울려 그야말로 ‘개판’처럼 보였다.
10년 전에 내가 프랑스의 친구집을 다시 찾았을 때는 걸음마를 떼던 아이들은 사춘기 청소년이 돼 있었다. ‘개판’이었던 집의 이미지는 사라졌고 아이들은 예절 바르고 밝았다.
친구와 수다를 떨다 점심때가 되자 다비드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딸이 식탁을 차리고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심부름을 다녀왔다. 식사 후 방에 올라가 각자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다시 내려온 것은 일요일 온 가족이 영화 DVD를 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비드가 암막 커튼을 치고 영화를 틀자 아이들이 모두 졸지도 않고 몰두해서 영화를 보는 게 신기했다. 영화가 끝나고 토론을 하던 아이들이 곧 개를 두어 마리씩 끌고 산책하러 나갔다.
저녁이 되자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치우고, 집안에서 정해진 자신의 일정을 끝내고 각자 방으로 올라갔다. 한국에서 공부와 학원이 면죄부를 준 상전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하녀처럼 살던 내 모습과 달리 그 집에서 친구는 여왕 대접을 받고 있었다. 특히 사춘기의 반항으로 통제가 되지 않던 아들 때문에 우리 부부가 속을 끓이던 터라 나는 비결을 물었다.
“이게 모두 다비드의 철저한 교육 때문이지.”
“다비드가 무서운가 보네. 혹시 애들을 패나?”
“평생 패는 것 못 봤다. 애나 개나. 애들이 아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야 보호받는 거고. 늙고 조그만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돈버느라 고생하니 집에서는 우리가 모두 도와드려야 한다고 교육시키니까.”
그리고 친구는 웃으며 덧붙였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다비드가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걸 보면 이해가 돼. 애들도 아기 때부터 처음엔 강아지 훈련처럼 훈육하는 거야. 항상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고 적절하게 보상과 통제를 하는데 그게 평생 한결같아. 대단해. 정말 끈질긴 관심과 인내력이 없으면 말짱 꽝이 되거든. 난 그냥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을 때가 많아 주먹이 울 때가 많은데.”
최근 몇 년간 친구는 노모를 보러 한국에 매년 여름휴가를 보내러 오는데, 회계사가 된 아들과 법대에 다니는 딸이 변함없이 예절 바르고 의젓하게 장성했다.
이 친구네 가족이 떠오른 것은 며칠 전 정부가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신문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67명의 아이가 학대를 당했으며 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매달 2명꼴인데, 그중 10명 중 7명이 부모에 의해 학대를 당했다는 통계가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폭행과 훈육용 체벌은 다른데, 한국가정의 정서상 ‘사랑의 매’를 가끔 드는 일반적인 부모의 자율적인 훈육권을 구속하는 것은 아닌가, 논란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체벌은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가장 쉬운 훈육법이지만 6세 이후에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체벌은 양날의 칼이다. 감정이 실린 체벌은 아이를 오히려 폭력적으로 자라게 한다고 한다.
평생 개나 애나 패지 않는 다비드처럼 되긴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이 체벌을 할 때는 꼭 어떤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때리고 금방 사과해서도 안 되며, 체벌은 아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며, 추후에 대화로 부모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교육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사실 체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방치와 무관심이다.
권지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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