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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근제’가 쏘아올린 작은 공…경사노위 ‘왝더독’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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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30 07:00:00 수정 : 2019-04-30 0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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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여성·비정규직 ‘보이콧’ 지속 / 본위원회, 정족수 미달로 3번째 ‘무산’ / 문성현 “사회적 대화 정신에 어긋나” 비판 / 밀린 안건만 7개…‘탄근제’에서 시작 / 연장 불발로 연금특위 활동 막 내리기도 / 경사노위, 의결구조 개편 박차…명분 축적 / “소수 의견 ‘패싱’이 사회적 대화?” 반문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본위원회가 29일 또다시 정족수 미달로 안건 의결에 실패했다. 본위원회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앞서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안에 반대하면서 지난 2월부터 본위원회 ‘보이콧’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경사노위는 일부 계층 대표의 반대로 본위원회가 무력화하는 상황을 더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경우 당초 지향점인 ‘사회적 대타협’의 의미는 축소될 수밖에 없어 경사노위 역할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경사노위는 이날 7개 심의안건을 본위원회 서면 의결로 처리하려 했지만 노동계 계층별 위원 3인, 공익위원 2인이 의결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는데, 노동자 측 위원 4명 중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한꺼번에 빠져 정족수가 미달했다. 지난 3월7일 2차, 3월11일 3차 본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의결이 불발됐다. 보이콧 대표 3인 측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무리한 추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보이콧 3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안건이 3차례에 걸친 노동계 계층 위원들의 불참과 의결 거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는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대화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거듭된 정족수 미달로 최종 의결 문턱에서 좌절된 안건도 어느새 7개로 늘었다. △(가칭)양극화 해소와 고용 및 위원회 설치(안) △(가칭)버스운수산업위원회 설치(안) △국민연금개혁및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개혁 특위) 논의시한 연장(안) △경사노위 운영세칙 전부개정(안)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안) △포용적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선언문(안)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 등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적정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등을 논의하는 연금개혁 특위의 경우 이날로 활동이 끝나 기간 연장이 필요했지만 의결 불발로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사태가 지속하면서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의결구조, 위원 위촉 등 운영방식 개선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3월초 2차 본위원회 무산 직후 “필요한 경우 법 개정까지 할 것”이라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전국 단위의 노사단체를 중심으로 본위원회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청년·여성·비정규직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등이 ‘들러리’로 전락해 ‘도로 노사정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개편이 주춤했지만, 이후 두 차례나 더 의결이 무산돼 이제는 개편을 밀어붙일 ‘명분’이 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경사노위의 본위원회 개편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경사노위의 ‘진짜 역할’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생길 수 있어서다. 지금껏 수차례 “합의 기구가 아닌 협의 기구”임을 강조한 경사노위가 의결만을 위해 강제적 조치를 취한다면 과연 경사노위가 ‘협의’를 위한 기구인지 의문을 던지게 된다. 경사노위는 전신 노사정위와의 차별점으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 반영’을 내세웠지만, 의결구조 개편으로 ‘소수 의견 패싱’이 이뤄진다면 결국 경사노위에서 도출된 합의는 ‘진정한 사회적 대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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