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26일 선거제 개편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후폭풍으로 지도부 붕괴 위기에 맞닥뜨렸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전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강제 사임시킨 것이 도화선이 됐다. 상대적으로 당 지도부에 호의적이었던 안철수계 의원들마저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면서 소수 당권파 대 ‘유승민·안철수계’로 당이 완전히 갈라섰다.
최고위원 중 한 명인 김수민 의원은 이날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김삼화 의원이 전날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두 의원 모두 당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에 따라 손학규 대표가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하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더라도 의결정족수(9분의 5)를 채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내 상황이 악화하자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문이 당에서 추인됨에 따라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사개특위 두 분 의원님에 대한 사·보임 조치를 했다”면서 “두 분이 느꼈을 실망감을 생각하면 더욱 송구한 마음이다. 당내 다른 의원님들께도 원내대표로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도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 현직 원외위원장 49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을 다한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당후사의 방법은 총사퇴뿐”이라며 “비대위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지낸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두 사람에게 창당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상식적”이라며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 전 대표와 제가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살리는 길을 찾는 것이 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와 이태규 의원 등 국민의당계 인사들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김 원내대표의 불신임 안건을 처리하려 했으나, 참석자가 9명에 그치면서 재적의원(29명)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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