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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KBS2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TV에 밑줄 긋는 여자]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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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5 14:04:02 수정 : 2023-12-12 23: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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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뉘 집 딸래미인가해서 자네에 대해 궁금했네.”

 

#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중에서

 

가끔 잘 큰 남의 집 딸을 볼 때면 정말 ‘어머님이 누구시니’라고 묻고 싶다. 엄마가 되고 보니 이런저런 생각과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경험들을 하게 된다. 결코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상상도 못했던 일을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끌어안기도 한다.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한마음 한 뜻이지 않을까 싶다. 

 

아들만 하나뿐인 나에게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능가하는 육아 체험담 중에서 딱 하나, 이번 생에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있다. 해보지 못한, 할 수도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 바로 ‘내 딸’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약 50%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인 KBS 2TV 주말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후속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설렁탕집 주인 박선자 여사(김해숙 분·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를 중심으로 한 세 딸들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박 여사는 딸들만큼은 자신처럼 ‘있는 고생, 없는 고생’ 하며 살지 않게 하려고 딸의 일이면 뭐든 두 팔 걷고 나서는 열혈 엄마다. 육아 도우미부터 가사 도우미, 시댁의 잔일까지 딸의 ‘꽃길’에 방해나 걸림돌이 되는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나타나’ 척척 도와준다. 다 내 딸들을 위한 열혈 엄마의 고군분투다. 

 

워킹맘으로 가사와 육아, 고단한 직장일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큰딸 강미선(유선 분·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볼 때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워커홀릭 둘째 딸 미리(김소연 분·〃 맨 왼쪽), 겉으로는 구박 덩어리지만 데뷔작 후 한편의 글도 못 쓰고 있는 짠한 셋째 미혜(김하경 분·〃 〃 오른쪽)를 바라보는 미어지는 심정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엄마는 세 딸들을 바라보면서 매일 밤 눈물과 근심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열심히 사는 큰딸에게 자꾸만 닥치는 시련과 어려움이 싫었고, 예쁘고 당당하며 ‘고스펙’에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둘째 딸이 한사코 ‘결혼만은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이 자신의 탓인 듯해서 속상하다. 22살에 유명 작가에 등극,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쓴 셋째가 왜 다시 글을 못 쓰는지 걱정하고 또 걱정한다. 자신처럼만은 살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도 애썼지만 언제나 제자리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속이 쓰리다. 

 

하지만 딸들은 이런 엄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마다 한숨과 눈물로 지새우는 엄마에게 온갖 짜증과 불만을 쏟아낸다. 짜증과 불만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가혹한 ‘멘트’를 서슴지 않는다.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거다.’ ‘엄마가 뭘 아느냐?’ 

 

나 역시 오랜 시절, 아니 지금도 여전히 엄마에게 있는 말, 없는 말 쏟아내는 걸 보면 아직 철이 덜 든 것이 분명하다. 엄마들은 말한다. 아니 속으로 눈물 흘리며 외칠 것이다. “왜 저를 낳아준 나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 걸까요. 내 딸은 왜 이토록 가혹한 걸까요?”(김혜진 소설 ‘딸에 대하여’에 중에서) 

 

비록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세상의 엄마들이 딸을 바라보는 마음을 표현하자면 “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일 게다. 그것이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심정이고, 이 세상에 바라는 것은 “그게 전부”(이상 ‘딸에 대하여’ 중에서)일 것이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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