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G, 꼭 '세계 최초'여야 했을까

"미국보다 2시간 빨랐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3일 오후 11시 5G서비스 개통을 시작했다. 당초 예정했던 5일보다 이틀 앞서 ‘깜짝’ 개통을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어쨌거나 이로써 한국은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국이 됐다. 앞서 11일 5G 상용화를 예고했던 미국 버라이즌사가 갑자기 4일로 개통일을 앞당기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들이 기습 5G 개통에 별 무리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 조기 개통을 결정했다. 2년 전부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가까스로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3일 밤 11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1호 가입자(일부 고객)를 대상으로 5G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유영민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며 “오늘이 있기까지 산업계, 연구계, 학계 등 모든 관계자분들의 노력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국 버라이즌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1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시카오와 미니애폴리스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은 2시간 차이로 이미 한국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미국 측이 갑자기 상용화 계획을 앞당기면서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3일 저녁 7시 한 자리에 모여 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장 5G 개통을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상호 확인하고 같은 날 밤 11시 부랴부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정식 개통은 예정된 대로 5일이다.

일각에선 버라이즌의 5G 상용화는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버라이즌의 5G 서비스는 기존 모토로라폰에 5G 동글을 부착한 번들 ‘모토 모드’를 연결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가 5일 정식으로 출시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세계 최초’ 타이틀 싸움이 어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작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세계 최초 타이틀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하는 한편, 결국 정부의 성과 올리기에 급급해 ‘야밤 개통’이라는 촌극이 벌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30대 직장인 나모씨는 “지금도 충분히 LTE 속도에 만족하며 쓰고 있는데, 굳이 바꿔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도 바꿔야 하고 기본요금도 최소 5만원부터 시작한다는데 이통사들의 경쟁 때문에 애꿎은 서민들의 통신비만 올라가는 건 아닌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e-mail]

사진=게티이미지뱅크, KT, SKT, LG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