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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아줌마” 배우 양혜진, “꿈 많은 시골 아줌마에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입력 : 2019-03-24 10:43:37 수정 : 2019-03-25 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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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아줌마 양혜진이에요.(웃음) 머리색이 눈에 띄죠? 염색하지 않았어요. 보시는 분마다 물어보시는데, 제 머리 맞아요.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좋아요.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조급하지 않고, 조금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KBS 1TV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에서 허집사로 출연 중인 배우 양혜진. 양혜진 제공

인기리에 방송되는 KBS 1TV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극본 박계형)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바로 허집사다. 허집사 양혜진은 남다른 외모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허집사는 ‘비켜라 운명아’ 안회장(남일우 분)네에서 집안일을 책임지는 역을 맡았다. 짧은 분량은 이지만, 자연스럽고 강한 캐릭터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KBS 탤런트 14기 출신인 양해진은 1991년 데뷔해 남다른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데뷔 이후 줄곧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시달렸다. 깊은 슬럼프에 빠지자 연기의 길을 뒤로하고 자취를 감췄었다.

 

그는 스스로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자신에게 제동을 걸었다. 연기의 즐거움보다 지쳐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연기에 대한 갈증. 타들어 가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한 발짝씩 길을 걷고자 했지만, 노력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만난 남편. 지난 10년간 자연인으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책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짊을 벗는 시기였다.

 

연기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다. 양혜진은 ‘비켜라 운명아’를 연출하는 곽기원 PD와 ‘운명’처럼 만나 연기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사랑과 전쟁’을 함께 했던 곽기원 PD가 러브콜을 보내면서 가슴에 한 켠에 새겨둔 연기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10년 만에 브라운관 모습을 나타낸 그는 깊고 성숙된 연기와 자연스러운 모습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별화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비켜라 운명아’은 뛰어난 연출 그리고 양혜진과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20%가 넘는 시청률을 구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떠나게 된 계기는?

“데뷔한 지 벌써 27년이나 됐네요. 지난날을 돌아보면 솔직히 후회스럽죠. 떠난 시간만큼 돌아오는 회의감이 크죠. 그땐 특별함이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 회의감이 절 짓눌렸어요. 동기들과도 특별함을 스스로 찾지 못한 것도 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어두운 길을 무작정 걷는 기분이랄까? 떠나 있는 시간만큼 처음부터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저를 찾아가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후회하는 만큼 앞으로 더 가치 길을 찾고자 해요. 뭔가 특출 난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 보다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멋진 길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자신을 괴롭혔나?

“데뷔 땐 열정적인 배우였어요. 하지만, 연기만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이겨내지 못하는 압박감이 짓누르는 느낌. 정말 힘들었어요.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생활고였어요. 앞으로 열심히 달려도 부족한 마당에 수입은 없고,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어가는 기분이었죠. 모든 것을 이겨내기에는 제가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 같아요.”

 

자연인으로?

“연기에 대해 두려움이 켰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주어진 압박감에서 무엇 가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시절이었죠. 배우로서 한계점에 온 것 같았어요. 제일 힘들게 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제 모습이었어요. 모든 것을 포기 싶었어요. 다시 저를 찾기 위해 배우의 길을 접기로 했어요.”

 

남편과 만난 이후?

“남편을 만나고 많이 달라졌죠.(웃음) 뭐랄까?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까요?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삶에 활력이 생겼죠. 남편을 잘 만난 것 같아요.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마음이 평화로워요. 남편보다 더(?)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해요. 지금도 아이들(반려견)이 생각나요. 삶에서 안정을 찾다 보니 잊어버려 던 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앞으로 걸어 왔던 길과 걸어갈 길을 여유를 두며 생각했어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풀었나?

“결혼하면서 배우의 꿈을 솔직히 포기했었죠. 결혼 당시에는 다시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그 누군가가 짓누르는 압박감을 이겨 낼 수가 없더라고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많이 풀렸죠. 빙하처럼 꽁꽁 언 얼음이 스르르 녹듯. 뭔가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지기 시작했어요. 함께 데뷔한 동기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은 사실 TV를 보지를 못했죠. 저 사각형 안에 갇혔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지난 10년, 나를 찾은 시간이었다?

“주어진 자유에 얼떨떨했어요. 뭔가 알게 모르게 불안함이라고나 할까요? 꽉 쪼여왔던 삶에서 자유가 주어졌을 때 ‘내가 이렇게 해도 돼’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서서히 주어진 삶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아~이젠 정말 자연인이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였어요. 집에서 나무도 심고, 우리 아이들(반려견)도 키우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행복이라는 표현보다는 뭔가 다른 삶을 하나 더 산다고 해야 할까요? 주어진 삶의 가치를 알게 되더라고요.”

 

기대만큼 부담도 컸을 텐데?

“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제게 수없이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배우의 꿈. 잊고 싶어도 저를 계속 잡아당겼어요. 뭔가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잊고 싶었죠. 남편과 함께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너무 좋았으니깐요. 안정된 생활에서 제 자신이 보였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뭐랄까? 두려움에서도 벗어난 것 같아요.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됐어요. 첫 배역을 맡고 부담감은 이로 말할 것도 없었죠. 드라마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내 연기를 자연스럽지 않을까?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자책에 가까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 없이 했죠. 그런데 과거에 달리 그 질문에서 피하지 않는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10년 만에 브라운관 선 기분은?

“제가 나야? 보면 볼수록 신기했죠. 브라운관에서 내 모습을 다시 본다는 게 한편으로는 좋았고, 한편으로는 먼 길을 돌아 왔구나라고 생각했죠. 이제는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고 해요. 꿈이 였지만, 두려웠던 배우의 길. 어릴 땐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떠났던 자리. 앞으로 더 묵묵히 제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생각으로 연기하려고요. 앞으로 10년 20년 어느 배역이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족의 응원은?

“남편이 없었으면 제가 여기 서 있을 수 있었을까요? 남편의 응원이 큰 힘이죠. 언제나 함께해서 행복했고, 가장 가까운 것에서 응원을 해줘서 너무 고마운 존재입니다.”

 

허집사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은?

“같은 점은 털털하고 정이 많다는 점이 닮았어요. 그리고 따듯하게 다가서는 것을 좋아해요. 조금 사람을 가리는 편이긴 하지만, 제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면 확실하게 챙겨요. 사소한 것부터 알뜰하게, 제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모든 지 함께 하려고 해요. 다른 점은 일단 집사가 아니에요. 집에서는 안주인(?)으로 살고 있어요. 같은 점이 있네요. 집에서 집사이긴 해요. ‘반려견 두 마리·고양이 세 마리·닭 여섯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열심히 집사 노릇 하고 있습니다.(웃음) 집이 하남에 있어요. 집에서는 때로는 안주인으로 때로는 집사로 생활합니다.”

 

독특한 은발, 실제 본인의 머리다?

“독특한 헤어, 만나시는 분마다 이야기를 하세요. 사실, 새치가 한땐 스트레스였어요. 지금은 좋죠.(웃음) 은발 헤어 덕에 ‘허집사’ 만의 다부지고 고급스러움이 표현된 것 같아요. 감독님도 좋아하세요. 드라마를 보시는 시청자분들이 거부감을 보일까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보시는 분마다 좋게 봐주셔서 깜짝 놀라고 있어요.”

 

운명처럼 다가온 드라마 ‘비켜라 운명아’?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5년 동안 출연했었어요. 우연히 ‘사랑과 전쟁’을 함께 했던 곽기원 감독님을 만났어요. 그때 감독님이 ‘대사는 적지만 어울리는 배역이 있다’고 말을 꺼냈어요. 어떨떨 했지만, 다시 한다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켜라 운명아’를 통해 연기의 갈증을 풀었나?

“연기의 갈증이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잊었던 꿈을 찾았는데, 갈증을 채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갈 길이 멀어요. 그리고 ‘비켜라 운명아’는 정말 운명 같은 작품이에요. 언젠가는 드라마가 끝나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잊히지 않는 작품으로 기억될 꺼에요. 드라마에 참여한 모든 분이 선배님들이죠. 작은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연기에 대한 깊은 맛을 느끼고 싶어요.”

 

시청자들도 양혜진에 대해 궁금해 한다?

“허집사로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일단 저를 기억해주셔서 너무 감사를 드립니다. 가까이에 계신다면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열정만큼은 신인 때와 같아요. 앞으로 배역을 가리지 않고, 개성 넘치고 기억에 남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인기에 연연해 돋보이는 연기자보다는 정말 진실 된 연기로 시청자분들께 다가서고 싶어요.”

 

다양한 캐릭터 도전하고 싶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오랜만에 연기자로 브라운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주어진 배역이 있다면 작품에 맞춰 충실히 연기하고 싶어요. 낮은 자세에서 배운다는 심정으로 노력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열정이라고 갖고 달려들고 싶어요. 강하고 악역도 좋아요. 작품에 충실한 배우. ‘저 배우 참 멋있다’, ‘새롭다’, ‘열정 있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배우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뭐든지 달려들어야죠.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 분들께 또 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 때까지 하고 싶어요.”

 

양혜진은?

“정 많고 순박한 시골 아줌마예요. 배우를 꿈꾸는 시골 아줌마. 많이 사랑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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