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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고시원 ‘먹방’ 사라질까···“입실료 비싸질 것”vs“주거인권 최소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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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4 09:00:00 수정 : 2019-03-22 17: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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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 고시원 2평 이상, 채광창 의무…주거기준 논쟁

“주거안전, 주거인권 위한 조치”(서울시)

“무리한 기준, 고시원 비용만 커질 것”(고시원 업자들)

 

서울시가 최근 시내 고시원 방의 실면적을 7㎡(약 2평·화장실 포함할 때 10㎡) 이상으로 하고 채광창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발표하자 고시원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고시원 1만1892곳 중 절반에 가까운 5840곳의 고시원이 서울에 몰려 있다. 이중 상당수 고시원의 방이 1.5~1.8평 규모이고, 일부 바깥쪽 방을 제외하고 상당수 방이 복도 쪽으로 창문이 열리거나 창문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등 이용객들 사이에서도 고시원 입실료만 비싸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서울시는 고시원 내 화재안전과 주거 인권을 위해 방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구 국일고시원처럼 열악한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입실료 동결 등을 조건으로 고시원 업계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열악한 고시원 거주자 1만여명을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고시원 업계 “고시촌 경기 가뜩이나 어려운데 누가 하려하겠나”

 

그러나 고시원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에서 만난 한 고시원 업자 A씨는 시가 마련한 ‘고시원 주거기준’에 대해 “누가 하려 하겠냐”고 꼬집었다. 시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방 2개가 하나로 줄어드는 정책을 찬성할 업체는 없을 거라는 지적이다. A씨가 운영하는 고시원 방의 면적은 1.5평에서 1.8평 정도다. 서울시 기준을 맞추려면 방들을 합치는 식으로 리모델링해야하는데 전체 방수가 줄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 강의의 영향으로 고시촌에 발길이 끊겨 방들이 텅텅 빈 상황”이라며 “평수가 넓어지면 화장실도 넣어야 하고 공사하는 동안 영업도 못 할텐데 (리모델링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다”고 했다.

 

인근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B씨도 “전체에 채광창을 넣는다는 건 고시원 상황을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B씨가 운영하는 고시원 방 75개 중 바깥쪽 22개 방만이 채광창을 두고 있다. 나머지는 복도로 창이 나 있거나 창이 없는 방이었다. 그는 “복도 쪽 방들은 창을 안쪽으로 낼 수밖에 없는데 채광창을 내라는 것은 고시원 구조전체를 바꾸라는 소리”라며 “창문이 있는 방들은 없는 방보다 (매월) 6만원 정도 더 비싼데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고시원중앙회 조인섭 회장은 “고시원을 생계형으로 하는 업자들이 적지 않은데 리모델링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내달 총회를 열어 업계 입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고시원 거주자들은 시설 개선 자체는 반기면서도 자칫 입실료가 오를까 염려하는 기색이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35)씨는 “고시원 모든 방에 창문이 있으면 환기도 되고 채광이 들어 좋겠다”면서도 “(거주 중인 고시원에) 창문이 있으면 7만원을 더 받는데 창문을 달았다고 모든 방 가격이 오르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한모(24)씨도 “학원비, 교재비, 밥값, 고시원비 등으로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쓰는 것 같다”며 “방값이 오르면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노량진 대신 인터넷 강의 위주로 공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 “고시원방 2평 이상, 채광창 의무화는 주거안정, 주거인권 위한 최소기준”

 

서울시는 ‘주거 인권’을 앞세운다. 주택법에 따르면 1인 가구 최소주거조건에 14㎡(약 4.2평) 이상에 전용부엌과 화장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예외다. 서울시가 시내 5개 고시원을 자체 조사한 결과 실면적이 1~3평 수준이었으며 한 고시원의 ‘먹방’(창문이 없는 방) 비율은 전체 방의 74%에 달했다. 고시원에는 주택법 대신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이 적용되는데 여기엔 복도 폭만 제시하고 있을 뿐 실면적, 창문유무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

 

이에 서울시는 일정기간 입실료를 동결한 사업주에겐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입실료를 동결하지 않은 사업장은 일부 자부담을 하도록 해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고시원 거주자에게도 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했던 ‘서울형 주택 바우처’의 기회를 열기로 했다. 바우처는 중위소득 45~60%이하 거주자를 대상으로 월 5만원의 월세를 지원하는데, 시는 연간 50억원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 1만여 가구를 추가지원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소한의 주거안전과 주거인권을 위해 실면적, 채광창에 대한 기준을 만든 것”이라며 “현재 민간 고시원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지만 새로 들어오는 고시원엔 관련 기준을 적용하고, 국토교통부에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도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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