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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의 괴리는 여론재판 위험성 경고

입력 : 2019-03-21 21:17:19 수정 : 2019-03-21 2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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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추격 스릴러’ 덴마크 영화 ‘더 길티’

오는 27일 개봉하는 덴마크 영화 ‘더 길티’는 믿고 싶었던 것의 배신에 대한 영화다. 진실에 다가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사실과 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준다.

“도와주세요, 납치당했어요.” 112 신고 센터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경찰관 아스게르는 납치 사건임을 직감하고 신고자의 위치 추적에 나선다. “네 일이 아니다”거나 “신고자 전화를 기다려라”는 상사와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야근을 자청한다.

납치 사건이라는 정황증거는 넘쳐 난다. 흐느끼는 여성과 전과가 있는 남성, “엄마를 살려 달라”는 6세 여아. 수화기 너머 헤드폰으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사건의 윤곽을 그려 나가는 단서가 된다.

영화 ‘더 길티’의 주인공인 경찰관 아스게르는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고 변화한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반전을 거듭한다. 사건의 진실을 마주한 아스게르는 외면하려 했던 또 다른 진실, 자신의 잘못을 결국 인정한다. 시민의 보호자란 경찰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다.

아스게르 역할을 맡은 스웨덴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의 1인극에 가깝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나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목소리 톤의 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주인공의 일인칭 시점이 돋보인 영화 ‘서치’를 연상케 한다.

영화는 ‘소리 추격 스릴러’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 아스게르를 제외한 다른 주요 인물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목소리로 열연할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떠오른다. 영화는 전과자 낙인, 여론 재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하다.

스웨덴 출신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난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다. 국내 개봉은 불투명했다. 영화를 미리 본 영화계 관계자와 관객들의 적극적인 입소문 마케팅으로 개봉이 확정됐다. 김지운 감독은 “가장 뛰어난 데뷔작”이라고 극찬했다. 러닝 타임 88분간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볼 일이다. 속단은 금물.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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