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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번에도 봐주기?”…‘별장 성폭력’ 의혹 제대로 규명될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3-21 05:00:00 수정 : 2019-03-20 19: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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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건’, ‘별장 성폭력’ 의혹 등으로 번져…우리 사회 ‘공정’ ‘정의’ 의구심 품는 시민들 / 고(故) 장자연 사건 처리, ‘봐주기’ 식 수사 의혹…부실수사로 진상규명 가로막고 은폐·축소 정황 / 사회 특권층, 권력기관 유착 의혹에 대중들의 분노 거세져 / 공권력에 대한 신뢰 추락…정부 “모든 유착 의혹 해소할 것” / 文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강조…수사당국 이번엔 국민들에게 ‘신뢰’ 안겨줄까?

최근 불거진 '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나 '별장 성폭력' 의혹 및 고(故) 장자연 사건 처리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우리 사회가 아직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富)와 명성, 권력을 쥔 이들이 법을 비웃으면서 일탈과 탈선을 일삼아도 뒤탈 없이 건재했다는 점에서 공정과 정의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되레 힘센 권력기관이 이들을 비호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유린하는 듯한 정황만 쏟아내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별장 성폭력 의혹이나 장자연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수사당국이 특권층에 속한 가해자를 의식한 듯 부실수사로 진상 규명을 가로막거나, 은폐한 정황까지 노출돼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연일 쏟아지는 사회 특권층, 권력기관 유착 의혹에 대중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권력에 대한 신뢰 추락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정도입니다.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9일 행안·법무부 공동브리핑에서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경찰과 업소·연예인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경찰이 모든 유착 의혹을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두 달간 연장하고, 장자연·김학의 사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수사당국이 특권층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말끔하게 털어내지 못한다면 현 정부 슬로건인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공허한 외침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공정과 정의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의 대표적인 슬로건입니다.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일련의 사건에 쏠린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대해 수사당국이 이번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클럽 '버닝썬 사태'가 경찰의 유착 논란에서 시작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특수강간 의혹, 고(故) 장자연 성접대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 권력기관 관계자, 주요 언론계 인사 등 '특권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고, 이 때문에 수사가 이뤄졌지만 비위가 드러나기는 보다는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순 폭력사건에서 시작한 이번 사태는 마약 등 각종 범죄가 벌어진 클럽 운영에 유명 연예인이 관여했고, 이를 단속할 경찰이 업소와 유착됐다는 의혹이 주요 내용입니다.

 

김 전 차관 이슈도 사회 고위층의 엽기적인 성범죄 의혹 사건을 놓고 수사당국이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은폐·축소하거나, 주요 피의자에게 무리하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자연 사건 역시 한 무명 여성 연예인 인권 유린이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수사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하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했는데요.

 

부실수사 논란이나 축소·은폐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사당국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조직 모두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 받는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임박한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할 경우 이른바 '올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버닝썬 사태’ 경찰 유착 논란에서 시작, ‘별장 성폭력’ ‘장자연 리스트’로 번져…칼 끝은 어디로?

 

다만 수사나 진상 조사가 실체적 진실에 얼마나 다가설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수사 의지뿐 아니라 현실적인 걸림돌도 적지 않은데요.

 

이미 상당수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고, 기존에 사건을 맡았던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관련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의지가 더욱 중요하고,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정공법 수사가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민들은 수사당국이 이번엔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고 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향방은 검찰과 경찰의 조직 명운과도 상당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데요.

 

수사권 조정 등 수사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앞둔 시점에서 내부 비리나 특권층 수사에 소극적이거나, 미심쩍은 흔적을 남길 경우 후폭풍을 맞닥뜨릴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 보니 수사당국 모두 사건 규명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찰과 경찰이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할 경우 특별검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다시 규명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의혹이 상당 부분 규명돼도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은 검·경 수사결과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 사회 특권층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수사 여의치 않을 듯…수사당국 의지, 증거 신빙성 여부 등이 관건

 

다만 재수사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앞서 김 전 차관이 조사단 소환 통보에 불응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조사단으로서는 특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요.

 

과거 한 차례 활동 기한 연장 요청이 거부됐을 당시 조사 필요성이 있는 인물이 답변을 회피하는 등 조사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차관 의혹 관련 동영상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 과제입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은 영상과 무관한 혐의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나 촬영일시를 특정하지 못해 결국 불기소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자 윤모 씨로부터 향응을 받는 등 김 전 차관을 중심으로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권력형 비리 의혹까지 줄줄이 드러낼 수 있을지도 관건인데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유력 인사 연루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점도 주요 변수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관여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논평 등을 통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제1야당 대표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수차례 수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부분 범죄사실 공소시효가 지난 점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됐고, 장자연 사건도 2009년 의혹이 불거진 후 소속사 대표만 기소됐을 뿐 기존에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물론 김 전 차관은 2013년 당시 적용됐던 특수강간 혐의의 범죄사실이 새롭게 증명될 경우 시효는 남아있습니다. 2007년 12월2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 특수강간죄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5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다만 범죄발생 시점이 법 개정 이후여야 합니다. 과거 수사 당시 은폐 및 외압 의혹이 있었다면, 공소시효가 7년인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장자연 사건은 2008년쯤으로 추정돼 강제추행 및 강요 혐의, 성매매알선 혐의 등 어떤 죄를 적용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혐의의 공소시효가 5~10년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71.7% “이번 수사 위해 특검 도입 찬성”…윤지오씨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상당수 국민들이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데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해 '특권층 연루, 수사기관의 은폐·축소 정황이 있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71.7%였습니다.

 

'검찰이나 경찰 수사로도 충분해 특검 도입에 반대한다'는 여론은 17.0%였으며, 모름·무응답은 11.3%로 집계됐습니다.

 

리얼미터는 "이번 조사 결과는 김 전 차관 '별장 성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등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의혹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목격자는 저 혼자가 아니다"며 "증언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모 언론사 기자 A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A씨는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입니다.

 

이날은 예정된 증인 중 검찰 측 증인 1명만 나와 비공개로 증인신문이 진행됐는데요. A씨 측이 신청한 증인들은 불출석신고서를 내거나 폐문부재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제작진이 지난 18일 생방송 도중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인 윤지오씨에게 문건 속 실명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자 결국 윤씨와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MBC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참관인으로 출석한 윤씨도 재정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져 신문이 40여 분간 이뤄졌는데요. 윤씨는 지난 기일 비공개로 증인신문한 바 있지만, 지난달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돼 이날 다시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윤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신문 내용은 (지난 기일과) 동일했다"며 "성실하게 진실만 토대로 내가 보고 목격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말씀드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동안 진술하면서 많은 분들을 원망했고, 나보다 사실 정황을 많이 아는 연예인도 있으며, 목격자가 나 혼자가 아니다"라면서 "언론에 노출을 많이 하는 것도 나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지만, 가해자들 보라고 인터뷰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구현돼 죗값을 치르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죄의식이라도 갖고 살았으면 해서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많은 분이 몰라 섣불리 나설 수 없던 정황에 대해 이제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 차원에서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날 공판이 마친 직후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과 과거사위원회가 조사기간을 2개월 연장해달라고 한 사실을 대리인을 통해 듣고 눈물을 흘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수사당국이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이번 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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