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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패배한 카드사들, 싸움붙인 금융당국은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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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4 15:18:07 수정 : 2019-03-14 16: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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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카드업계가 첫 시작점이었던 현대차와의 힘 싸움에서 사실상 백기투항하며 완패했다. 앞으로도 이동통신사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협상을 앞두고 있는 카드사들로선 불리한 위치에서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게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작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의 분쟁을 불붙인 금융당국은 뒷짐만 진채 ‘나 몰라라’ 하며 관망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카드사들이 각종 혜택을 줄일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롯데카드는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기아차와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했다고 밝혔다. 인상 수준은 현대차가 지난 8일 제시한 조정안인 1.89%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협상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 현대차의 입장이 관철되는 형태로 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이 결정됐다.

 

이번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인상 갈등에 대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카드라는 계열사를 끼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와 갈등을 빚더라도 항상 결제가 가능한 카드사가 존재하게 된다. 결국 다른 카드사들로선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차와의 협상에선 항상 ‘을’의 위치에서 그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로선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대차와의 협상을 지켜본 다른 대형가맹점들이 현대차 수준으로 수수료 재협상 요구를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3년마다 진행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때 가맹점 수수료율이 오르면 자동차, 이동통신, 유통, 항공 등의 대형 가맹점은 인상안을 거부해왔다.

 

당장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카드사에 전달했다. 카드사들은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에 이달 1일부터 수수료율을 2%대 초반으로 평균 0.14%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지만, 이마트는 수수료율 인상의 근거가 없다면서 카드사에 수용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도 마찬가지로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현대차와의 협상이 선례가 된 만큼, 다른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도 1.9% 이상으로 올리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 간의 수수료율 인상 싸움에 불을 질러놓은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로 수수료율 개편을 단행했다. 당국은 연매출 30~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2.18%로 500억원 초과의 대형가맹점(1.94%)보다 높은 것은 부당한 격차라면서 중소영세업자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생긴 손실을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통해 메우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그 과정에서 당국은 “대형 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으며 사실상 카드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믿고 카드사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0.12~0.14%포인트 인상된 수수료율을 현대차에 내밀었지만, 결과는 현대차가 내놓은 절반 수준의 인상폭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떠안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카드사들이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완패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카드업계에서는 앞으로 남은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에서도 줄줄이 밀리며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지 못할 경우 결국 카드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 무이자 할부나 각종 마일리지·포인트 적립, 캐시백 등의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라는 당국 정책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그 피해는 카드사와 소비자가 보는 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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