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핵인싸' 폴인러브…'가내수공업' 으로 만들어낸 '디지털 소통왕'

입력 : 2019-03-13 17:38:24 수정 : 2019-03-13 17:38: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민과 사랑에 빠진 경찰’ 의미···빈약한 홍보예산에 재미·감동 콘텐츠로 승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국민 소통과 정책홍보 강화를 지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시대변화에 맞춰 특히 SNS 등 디지털 소통·홍보에 힘쓰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부처별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지난해 주요 부처마다 디지털소통팀을 신설하고 자체 동영상 제작·홍보가 가능한 스튜디오를 설치하는 등 많게는 수억원을 들여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수용자 반응은 미지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한마디로 ‘재미와 감동 등 볼 만한 내용이 적다’로 요약된다. 이런 와중에 디지털 소통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며 다른 부처의 시샘을 받는 기관도 있다. SNS 계정 ‘폴인러브(Pol In Love)’를 운영하는 경찰청이다.

 

경찰청은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주요 SNS 계정에서 정부부처 중 가장 많은 ‘친구’를 보유하는 등 현재 총 친구 수(189만여명)가 서 어지간한 부처를 모두 합친 만큼을 자랑한다. 다른 부처에 비해 홍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가내 수공업’으로 디지털 소통·홍보 체계를 가동해온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슬로건 폴인러브, ‘국민과 사랑에 빠진 경찰’ 의미···빈약한 홍보예산에 재미·감동 콘텐츠로 승부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SNS 계정 폴인러브(pol in love)는 ‘사랑에 빠지다’는 의미의 영어 ‘fall in love’에서 착안해 ‘국민과 사랑에 빠진 경찰’(police in love)이란 의미다. 국민에게 좀 더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다가겠다는 뜻이 담겼다. 현재 운영 중인 계정과 친구 수는 페이스북(41만3000여명), 카카오스토리(87만2000여명), 카스플러스(24만4000여명), 네이버밴드(13만3000여명), 유튜브(11만8000여명), 트위터(8만여명), 인스타그램(3만2000여명) 7개 계정에 모두 189만4000여명에 달한다. 40여개의 장·차관(급) 중앙부처 중 팔로워 수나 콘텐츠 확산성, 수용자 반응에서 압도적이다.

 

◆풍부한 ‘라이브 콘텐츠의 힘’···전국의 경찰 관리 CCTV와 경찰관 바디캠 등에서 재미·감동 영상·파일 추려

 

폴인러브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이 관리하는 전국의 폐쇄회로(CC)TV와 사건·사고·범인 검거·구조 현장에 출동한 경찰 차량의 블랙박스, 경찰관 몸에 부착된 소형카메라(바디캠) 등을 통해 긴박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담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서 확보된 영상 중 우선 지방청별 디지털 소통 담당자가 재미나 감동이 있는 영상을 추린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영상에 자막이나 음향효과 등을 입힌다. 전문 인력을 쓸 예산이 없어 담당자들은 경찰관 중에서 영상 촬영과 편집 등에 소질이 있는 직원이 맡고 있다.

 

이렇게 지방청별로 제작된 영상은 다시 경찰청 디지털소통계를 거쳐 배포 여부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은 좋은데 편집이 약할 경우 경찰청 디지털소통계 담당자가 보완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디지털소통계 직원들이 직접 일선 현장을 찾아가 영상을 찍기도 한다. 디지털소통계 이주일 경감은 “과거에는 폴인러브에 인포그래픽이나 카드뉴스도 올렸지만 라이브 영상이 대세가 됐다.

 

정책홍보 영상도 올리곤 하는데 단순히 정책홍보 일변도이면 반응이 별로다”며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라도 재미나 감동을 곁들여야 호응도가 높다”고 전했다. 예컨대 미아 방지를 위한 ‘사전지문등록제’ 홍보 영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아 신고를 받은 4살짜리 여자 아이를 사전지문등록제를 통해 곧바로 부모에게 연락한 뒤 부모를 기다리는 동안 지구대 경찰관들이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챙겨주고 놀아주는 장면이 SNS상에서 화제가 돼 많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세대별로 선호 SNS계정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도 주효

 

경찰은 7개 SNS 계정에 항상 동일한 콘텐츠를 배포하지 않는다. 카카오스토리는 10대, 인스타그램은 10∼20대, 페이스북은 20∼30대, 유튜브는 30∼40대, 네이버밴드는 40∼50대, 카스플러스는 전연령층 등 계정별로 타깃 연령층을 분석한 뒤 해당 계정별로 적합한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 1시 12분(112에서 착안)에 15∼20분 분량의 ‘폴라이브 방송’을 SNS로 생중계한다. 진행자와 경찰 내 각 정책기능별 담당자가 게스트로 나와 국민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신입 경찰 채용 시즌엔 채용 담당자가, 교통 대책 관련해선 교통 담당자가, 강력사건 수사에 활약하는 프로파일러가 화제에 오르면 프로파일러 전문 경찰이 게스트로 참여하는 식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한국소셜콘텐츠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SNS 대상’에서 공공부문 종합대상을 7년 연속 수상한 뒤 기념 사진을 찍은 장신웅 계장(가운데) 등 디지털소통계 직원들. 경찰청 제공 

◆홍보 예산 턱없이 부족해 ‘가내수공업’ 처지 

 

하지만 타부처에 비해 홍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경찰은 사실상 ‘개인기’로 이런 작업을 해왔다. 홍보 예산이 많은 타부처의 경우 수천만원을 들여 자체 스튜디오를 마련한 곳도 있고, 홍보영상 제작 자체와 광고를 외부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가 매년 정부업무를 평가할 때 ‘정책소통 부문’ 중 온라인 소통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처마다 많은 예산을 들인 것에 비해 효과는 낮은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 올초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전문업체 입소스코리아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정부부처의 홍보활동에 대한 조사(성인 1068명, 온라인 패널조사)에서 ‘정부부처 정책홍보 콘텐츠는 재미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책 소식·홍보물 평가 항목에서 응답자의 61%가 ‘정보는 충실하지만 재미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보가 충실하고 재미있다’는 응답은 21%였고, ‘정보가 부실하고 재미도 없다’는 응답도 13%에 달했다. 경찰청이 예산이 부족해 100만원짜리 간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도 효과를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장신웅 디지털소통계장(경정)은 “많은 국민이 폴인러브를 접한다는 것은 관심이 많다는 얘기여서 더 잘 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예산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며 “저작권 문제로 더 좋은 영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폰트와 음원을 사지 못한다거나 지방청별 제작부서 지원에도 어려움이 있는 등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유료 음원은 국내외 사이트에서 보통 건당 몇만∼몇십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이 광고비를 내야만 더 많은 사람에게 홍보효과가 있도록 한 것도 ‘가내수공업’형 홍보를 하고 있는 경찰로선 악재다. 실제 2017년부터 폴인러브 조회 수가 확 줄었다.  

 

다행히 올해 처음 경찰에 디지털콘텐츠 제작을 위한 예산이 1억원 배정됐으나 이 역시 17개 지방경찰청과 중앙경찰학교와 함께 쓰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경찰 내 중론이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