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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버팀목 수출 '뚝뚝'…235조 긴급수혈로 회생 가능할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3-10 05:00:00 수정 : 2019-03-10 09: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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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 3개월 연속 감소세…정부 수출 활력 정책 발표 / 수출감소세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글로벌 무역환경 악화, 미봉책으론 수출 회복 여의치 않을 듯

글로벌 경기 빠른 둔화 등 대내외 악재로 우리나라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자, 정부가 수출 활력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무역금융을 늘리고, 수출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를 골자로 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런 무역금융 확대가 수출기업에게 일정 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가팔라져 가는 수출감소세까지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여의치 않은 데다, 중국 등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수출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대외 악재들로 전년 같은달 대비 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석 달 연속 감소세는 2016년 7월 이후 30개월 만입니다.

 

불과 작년 말까지 투자·소비 동반 부진에도 그나마 우리 경제 성장을 끌어온 것은 수출이었습니다. 만약 수출마저 부진할 경우 비빌 언덕, 최후의 보루마저 사라지는 것인데요.

 

그렇다보니 수출 둔화세를 되돌릴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금융지원은 물론, 올 연말까지 바이오·헬스·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 활력 후속 대책을 내놓기로 했는데요.

 

문제는 글로벌 무역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은 명운을 걸고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여러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당국이 단기적인 수출활로를 터주는 것 자체는 매우 반길만한 일인데요.

 

수출주도형 국가로서 근본적인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근본적인 장기 전략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산업구조 조정 △기술경쟁력 향상 △고비용·저효율 개선 △규제혁신을 통한 수출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수출활로를 터주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맥을 못 추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1.1% 감소한 39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12월(-12%), 지난 1월(-5.8%)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액은 2016년 7월까지 감소세를 유지하다 같은해 8월에 반등해 9~10월에 내리 줄어든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었는데요.

 

지난달 반도체 잠정 수출액은 67억73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4.8% 감소했습니다. 수출 물량과 판매 가격 하락 동시에 발생했고, 특히 D램 수출 하락률이 증가하며 전체 반도체 수출 하락세와 전체 수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 1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9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행의 '2019년 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1월 경상수지는 27억7000만달러 흑자였는데요.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경상수지 흑자 릴레이는 81개월째 이어졌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 자체는 지난해 4월(13억6000만달러) 이후 최소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작년 12월) 48억2000만달러 42%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9월(110억1000만달러) 이후 4개월 연속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품수지 흑자가 축소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력 품목 단가 하락이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상품수지는 56억1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2월(55억7000만달러) 이래 가장 작았습니다.

 

수출이 493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4% 줄었는데요. 이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수출 감소 폭은 지난해 9월(-6.2%) 이후 가장 컸습니다.

 

문제는 일시적인 요인이 아닌,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22.6%, 석유제품은 4.6% 각각 줄었는데요.

 

경기 둔화 우려, 무역분쟁 여파 등으로 대(對)중국 수출은 19.2%, 저유가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정정 불안 등으로 중동 지역 수출도 26.6% 줄어드는 등 감소 폭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韓 반도체 수출 부진, 전체 수출액 '비실비실'

 

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무역금융 규모를 작년보다 15조3000억원 늘려 235조원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총력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실적 둔화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앞으로 은행 돈 쓰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또 전시회와 상담회 등 수출 마케팅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수출기업의 절반(4만2000개) 정도에 3528억원을 지원할 예정인데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확정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정부는 당초 올해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금융을 12조3000억원 늘리기로 했다가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가격하락 속에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자 3조원을 더 증액했는데요.

 

수출기업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돕기 위해 수출단계(계약-제작-선적-결제)별로 8개 무역금융 지원 프로그램(35조7000억원)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수출 선적 이후 수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보증 프로그램을 다음달 중 신설합니다.

 

전에는 이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2014년에 3조5000억원 규모를 지원할 정도였으나, 지난해 지원액은 90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수출채권 현금화가 위축됐었는데요.

 

수출입은행 기존 수출채권 직접 매입도 4조9000억원 규모로 확대됩니다.

 

수출실적, 재무신용도와 관계없이 수출계약서만 있으면 원자재 대금 등 상품 제조에 필요한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는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 제도가 신설되는데요.

 

일시적인 신용도 악화로 자금난을 겪는 유망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올 2분기부터 1000억원 규모로 시범 시행하고, 지원 효과·리스크 분석 등을 통해 확대 추진하게 됩니다.

 

그동안 수출 금융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은행창구 담당자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특별위원회 심사 등을 활성화해 결제 불이행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담당자 면책을 제도화할 방침입니다.

 

◆정부 긴급 지원책…기업들 "일단 환영, 근본적인 대책 필요"

 

수출마케팅에 지난해보다 5.8%(182억원) 증가한 총 3528억원을 지원하고, 그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상반기에 60% 이상 집중 시행합니다.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 플랜트·해외건설 '6대 신(新)수출성장동력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고, 이달부터 분야별 세부 육성대책을 순차적으로 추진합니다.

 

이밖에 신남방·신북방 등 신흥시장 진출지원도 대폭 강화하고, 수출 주체인 기업의 성장 단계별(스타트업→내수·수출 초보기업→중견기업)로 차별화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합니다.

 

국가 차원의 수출지원 정책 효율성 제고를 위해 관계부처, 수출지원기관, 지자체, 수출업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합동 수출전략조정회의'와 관련해 미국을 본떠 한국형 무역촉진조정위원회(TPCC)로 운영합니다.

 

◆기업 투자 의욕 꺾는 법인세 인상·최저임금 급등·높은 규제 장벽 여전

 

수출 감소로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대책에 대해 재계에선 일단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는데요.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전년대비 7%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보다 2배 정도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의 늪에 빠진 것과 대조를 이뤘는데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급등 △높은 규제 장벽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정부는 2016년에도 수출 감소세를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무역금융 확대와 신규 수출유망 품목 발굴 등의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그때 당시 대책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요.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3년 동안 대내외 여건이 급변했는데 기존 대책을 일부 보완, 수정한 것으로 무역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출업체 돈줄을 터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실제로 부딪치는 걸림돌을 치워주는 것"이라며 "수출업체 자금 지원도 총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기업에 돈이 돌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출 경쟁력 개선 방향, 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재편해야"

 

세계 경제 둔화세 확대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경쟁력 방향을 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재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최근 글로벌 경기 동향 및 주요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흐름이 1년 이상 둔화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 경기 선행지수도 하락세를 보여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대외여건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연구·개발 투자의 스마트화와 친환경화 등 글로벌 기술 트렌드 변화에 부합하고 신성장 산업에서 선도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확률은 작년 12월 0.03%에서 지난 1월 0.1%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연구원은 "미국 경기는 침체까지는 아니지만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도 점차 완화적으로 선회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경기가 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는데요. 중국의 경기 선행지수는 2017년 연평균 100.6에서 지난해 98.9로 하락했습니다. 보통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경기가 수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중국 소비와 투자도 급속도로 둔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도시부문 소비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월 9.9%에서 12월 8.9%로 하락했는데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2017년 7.2%에서 지난해 5.8%로 주저앉았습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협상 시한이 연기됐으나 한시적인 소강 국면일 뿐 무역분쟁이 재발할 우려가 남아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美中 무역협상 타결시 한국 등 주요 동맹국 수출에 '빨간불'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한국을 비롯 미국 동맹국 수출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무역 전쟁의 파고는 가라앉겠지만,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미국산 제품을 대거 구매하면서 중국 시장에 의존해온 미국의 동맹국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중국이 향후 5년간(2019~2024년)에 걸쳐 총 1조3500억달러(한화 약 1465조1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본은 이 기간에 매년 총 수출액의 3%에 해당하는 28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데요. 이 기간 한국도 매년 수출액의 3.1% 수준인 230억달러(약 25조9210억원)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WSJ은 중국이 5년간 1조35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할 것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언급한 1조2000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을 예로 들면서 WSJ은 일본이 기존에 중국에 판매하던 자동차 가운데 일부를 미국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면서도, 동맹국이 이같은 대규모 수출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는 건 단기간 내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미중 무역합의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균형을 잡는데 미국이 의지하고 있는 동맹국의 경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중 무역협상이 잠정 합의에 도달한 상태라고 전했으며, WSJ는 오는 27일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정식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4개월 만에 0.2%포인트 낮추며 한국 경제에 대해 사실상 '경고장'을 꺼내 들었습니다.

 

무디스는 국내 리스크로 최저임금을 꼽았는데요. 최근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실업이 늘어나고, 중소기업 경쟁력도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 때도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지고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고용 불안이 소비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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