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980년 1월27일 이란 테헤란의 캐나다대사관으로 한 영화제작자가 스태프를 데리고 들어갔다. 공상과학(SF) 영화 ‘아르고’를 찍는다고 했다. 이곳엔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때 피신해온 6명의 미국 외교관이 있었다. 사흘 뒤 영화사 직원들로 변장한 외교관들이 대사관을 나와 스위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눈뜨고 당한 이란 경찰과 시위대는 땅을 쳤을 것이다.

 

영화제작자로 변장하고 탈출작전을 진두지휘한 이는 토니 멘데스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첩보원인 그는 변장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CIA 인텔리전스 스타 훈장을 받은 멘데스는 1990년 2성장군급 지위로 은퇴했다.

 

1911년 8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발칵 뒤집혔다. 서양 회화의 백미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프랑스 경찰은 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즉시 국경을 봉쇄했지만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2년 뒤 범인이 잡혔을 때 박물관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박물관에서 액자 작업을 했던 빈센트 페루지아였던 것이다. 페루지아는 청소원으로 변장해 박물관 창고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모나리자를 들고 나왔다고 자백했다.

 

변장은 신분 숨기기에 딱이다. 자메이카의 로또 복권 당첨자들은 범죄를 우려해 변장한 채 상금을 받으러 간다고 한다. 1억5840만 자메이카달러(약13억원)를 받게 된 1등 당첨자가 하얀 얼굴에 긴 입을 벌린 영화 ‘스크림’ 고스트페이스의 가면을 쓰고 취재진 앞에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변장은 성공담만 있는 게 아니다. 변장에 실패해 망신을 당한 유명인도 있다. 탈세·배임 혐의로 일본에서 기소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그런 예다.

 

보석으로 구치소를 나가면서 언론 노출을 피하려고 작업복 차림에 남색 모자를 눌러 쓰고 흰색 마스크를 썼는데 너무 어설퍼 금방 탄로가 났다. 웃음거리로 전락했음은 물론이다. 올해 핼러윈 축제 때 그의 인부 복장이 유행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이디어를 낸 변호사는 “곤 전 회장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며 사과했다. 변장을 과신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게 변장은 아무나 하나.

 

김환기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