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트럼프·김정은 북핵 담판… '절반의 성공' 노리나 [특파원+]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특파원+

입력 : 2019-02-02 11:00:00 수정 : 2019-02-02 08:48: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담판을 위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양측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8개월 가까운 교착 상태를 벗어나려고 서로 한 발씩 물러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달에 만나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등 현안을 놓고 서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쪽으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가정보국 등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부정적 평가 보고서를 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가려고,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 ‘올인’하고 있어 대미 협상에서 완승을 노리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고, 실익을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서로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주요 쟁점에 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2차 회담 시간, 장소

미국과 북한은 2차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날짜는 수차례 예고한 대로 2월 마지막 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이 끝난 뒤 중국 휴양지인 하이난성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 북·미 및 미·중 정상회담을 연계한 외국 방문에 관해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C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마감 시한인 3월 1일 직전인 2월 말 하이난성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는 베트남 다낭이 최종적으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플루토늄·우라늄 시설 폐기

북한의 비핵화에 필요한 요소는 북한이 이미 확보한 핵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또는 국외 반출,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 운반 시설 폐쇄, WMD 생산시설 폐쇄 등 크게 세 가지다. 미국과 북한은 이 중에서 WMD의 운반·생산 시설 폐쇄에 초점을 맞춰 협상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월 31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밝혔던 영변 핵 단지 폐기보다 한 발 더 나간 약속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은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 및 파괴를 약속하면서 ‘그리고 더’(and more)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중요한 말”이라며 “왜냐하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시설 이상으로 할 게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리고 더’라는 말 속에 ICBM 폐기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북한이 현재까지 확보한 핵폭탄이다. 북한이 핵폭탄을 몇 개 만들었는지 성실하게 신고하고, 이를 해외로 반출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미국 조야의 대체적 분석이다.

◆종전 선언·제재 완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상응 조치’로 종전 선언과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의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뛰어넘어야 할 시간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줄곧 요구하고, 한국 정부도 지지하고 있는 종전 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연합뉴스

비건 대표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전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미국은 그러나 인도적 대북 지원을 허용하고, 이를 위한 미국의 북한 방문 금지 예외를 인정하는 등 이미 대북 제재의 입구에 들어섰다. 북한은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줄곧 ‘선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해왔다. 미국은 이 때문에 남북 경협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예외를 인정하는 등 단계적으로 제재 완화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핵·미사일 목록 유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척도로 핵·미사일 목록을 제공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북한은 그러나 ‘대북 공격 목표 목록을 달라는 것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선 포괄적 핵·미사일 목록 제공’ 요구를 철회했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우리가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 범위에 대해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포괄적 신고를 통해 어느 시점에는 이를 얻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선 목록 제공’ 요구를 철회함에 따라 이 문제는 당분간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경제 지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김 위원장이 꿈꾸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돈으로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하는 경제 보상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및 유럽연합(EU) 등이 수십억 달러를 제3국 계좌에 예치해두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때마다 이 계정에서 돈을 인출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미국계 민간 기업의 대북 투자 지원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건 대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면 미국은 그 이전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 어떤 것도 능가하는 대가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선 대북 투자 유치, 사회 기반 시설 확충 등을 위한 최상의 여건을 앞장서서 조성해 줄 계획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