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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미래, 식물의 생존서 답을 찾다

입력 : 2019-01-26 03:00:00 수정 : 2019-01-25 16: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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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체의 중량 중 80%가 식물 / 더위·추위·천적 등 극한 환경에서도 / 최적의 대처법 학습·저장… 계속 진화 / 생물학계 최대 화두 생체모방기술 / 환경오염 극복 미래핵심기술로 주목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김현주 옮김/동아엠앤비/1만9000원
식물 혁명-인류의 미래 식물이 답이다!/스테파노 만쿠소 지음/김현주 옮김/동아엠앤비/1만9000원

식물은 사막이나 극지방 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생물군이다.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위장술을 개발하고 화학물질로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기도 한다. 식물의 생존전략은 매우 정교하다. 식물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중량 중 80%를 차지한다. 이 정도면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식물은 뇌가 없어도 기억력이 40일 이상 지속된다. 식물이 산출하는 꿀에는 단순히 동물이나 곤충을 유혹하는 당분만이 들어 있는 게 아니다. 동물의 신경과 행동을 제어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뿌리와 가지들로 이뤄진 식물은 개별 생명체의 조합으로, 생존을 위해 완벽한 민주주의를 이룬다. 식물의 뿌리는 근육이 없어도,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 단단한 바위도 부순다. 무중력 상태에서도 2분30초 만에 전기신호를 발생해 적응을 시작하는 생물이 식물이다. 따라서 동물과는 매우 다른 방법으로 진화했다. 얼굴이나 팔다리, 내장기관 같은 인간과 비슷한 구조는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칡의 일종인 ‘보퀼라’는 눈이 없이도 주변을 살펴 가장 가까이 있는 식물의 잎을 모방하여 자신의 잎 모양을 바꾸기도 한다.

생물들의 삶은 경이롭다. 미모사는 뇌가 없다. 그러나 자극을 기억하여 위험하지 않은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는 비가 오는 날에는 씨앗이 멀리 퍼지지 못하기에 솔방울을 닫는다. 맑은 날에만 솔방울을 활짝 열어 씨앗을 멀리 퍼트린다. 캡사이신을 만드는 캡시쿰 열매는 매운맛으로 인간을 중독시킨다.

저자는 식물에서 영감을 얻어 ‘플랜토이드’라 불리는 로봇을 개발했다. 플랜토이드는 10cm가 조금 넘는 소형로봇이다. 수천 개의 플랜토이드를 화성 대기권에 방출하면 씨앗처럼 대기 중에 퍼질 것이다. 각각 화성의 지표면 위에 닿는 순간 작동을 시작하여 뿌리를 내릴 것이다. 식물은 최고의 개척자 생물이기에 화성 같은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성의 지하를 탐색할 경우 화성 토양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영화 ‘마션’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저자는 “생체모방기술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오염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주목받는 미래 핵심사업”이라고 했다.

저자는 “우리의 아이디어는 흔히 생각하는 화성 탐사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면서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움직임이 너무 느려 아주 좁은 지역밖에 탐색하지 못하는 거대한 덩치의 로봇을 계속 우주로 쏘아올릴 게 아니라 수천 개의 플랜토이드를 보낸다면 좀 더 빨리 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떠다니는 온실 젤리피시 바지선도 만들었다. 태양에너지나 바람 등을 이용하여 바닷물에서 물과 영양분을 얻는 독립적인 식물생장시스템을 개발했다. 바다 위에 떠 있어 경작지도 필요 없을뿐더러 태양에너지만으로 즉시 섭취 가능한 양상추를 생산해낸다.

식물은 자신이 사용한 대처법의 흔적 일부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신속하게 되살려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대응한다. 요약하면, 최고의 대처 방법을 학습하고 저장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원리다. 현재 생체모방기술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오염을 극복하는 미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2050년 지구에 100억명의 인구가 살게 되어 자원이 충분치 않을 때도 인류는 식물로부터 영감을 얻어 다시 움직여 나갈 것”이라면서 “식물은 더위나 추위, 혹은 천적의 출연에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흔적을 남겨둔다. 이쯤 되면 동물의 대응능력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세계 생물학계의 화두 ‘생체모방기술’에 관한 최신 정보를 담은 책이다. 식물의 생태를 모방하여 전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신개념 기술이 이것이다.

저자 스테파노 만쿠소(Stefano Mancuso) 교수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다. 2013년엔 미국 잡지 ‘뉴요커’가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이름을 올린 저명 학자이다. 저자는 “하찮은 미물로 치부되는 식물의 적응력과 문제 해결능력은 정말로 놀랍다. 이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밝혀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만쿠소 교수가 밝혀낸 식물의 능력은 과연 무엇인가. 식물은 모든 인류 생산품의 기초이다. 매년 2000종 이상의 새로운 식물이 발견되는 등 계속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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