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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황교안이 보수통합이라고? 더 수구보수로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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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5 19:15:31 수정 : 2019-01-23 09: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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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바른미래당 손 대표 단독인터뷰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을 한다고? 무슨 보수통합이냐, 황교안 전 총리가 지금 (한국당에) 들어와서 더 수구보수로 가는 것인데.”

지난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였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5일 황교안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보수통합이나 확장이 아닌, 수구보수로의 축소 또는 극단화라는 취지였다.

손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자유한국당은 분열의 길로 가는 분기점에 서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했던 황 전 총리는 심판받아야 할 사람이지 보수 대통합의 역할을 맡을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14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달 열흘간 단식을 했던 그는 그간 즐겼던 막걸리를 이날 저녁 재개할 예정이라고 웃었다. 처음 3일은 미음만 먹었고 이어진 3일은 죽만 먹은 뒤에야 밥을 먹기 시작했던 그였다. 식사량도 확 줄었다. 단식 이전보다 몸무게는 6kg이나 빠졌다고 한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지는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에 대해 “우연이 몇 번 겹치면서 언론에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2006년 10월9일 100일간의 민심 대장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해갔음에도 북한 핵실험이 알려지면서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고 웃었다.
하상윤 기자
―지난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하셨는데.

“민주주의를 위해서 일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이는 일에 내 한 몸을 바치려고 단식을 결정했다. 함께 민주화 운동 앞장섰던 서울대 3인방의 조영래 변호사는 43세로, 김근태 의원은 6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나만 남았다.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단식으로 민주당·한국당에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 수 있다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 처리를 짬짜미할 줄은 몰랐다. 거대 정당이 ‘야합’하니 우리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아무에게도 이야기 안하고 혼자 고민해서 결정했다. 출구전략도 없이 시작했다.”

―손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손 대표가 FM으로 단식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처음에 별안간 단식하니 ‘예비 단식 해야한다’ ‘미음도 먹고 죽이나 또는 과일주스라도 마시고 하면서 천천히 해서 몸을 순환시켜라’ 라고 여러 사람이 걱정했다. 그런데 내 몸 상해서, 내 상하는 거 보고 저 사람들이 자극 받으면 이런 생각이었다. 건강 단식도 아닌데 물하고 소금만 마셨죠. 어떤 신부님은 전화해서 효소는 먹어야한다고 하더라. 우리 신부들도 단식할 때 효소 안 먹으면 후유증이 심하다고 얘기했다. 근데 그것도 안 했다. 물하고 소금만 이렇게(단식했다). 단식이라는 게 곡기만이 아니라 모든 영양원을 끊는 거니까. 내가 이만큼 살아와서 정치했는데 이걸로 나를 받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아직 성과는 없는 것 같다.

“그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동의하고 한국당과 민주당 모두 합의했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은 기정사실, 전제된 거라고 생각해서 단식을 끝냈는데 며칠 있다가 그걸 민주당과 한국당이 뒤집었다. 내가 단식을 잘못 끝냈나 싶더라.”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하나.

“국민을 받드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모든 권력이 청와대로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지역구 내려가서 ‘최저임금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죽겠다’는 자영업자를 만나고 온 여당의원들이 국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잘못됐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하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들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으니까, 국회가 국민의 뜻을 담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이 투표한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국회를 국민의 뜻에 따라 구성할 수 있다. 득표율 40%를 기록한 A당이 지역구에서 80석 얻었다면 득표율에 따른 120석 중 남은 40석을 비례대표로 가져가 40%의 국민 지지를 그대로 의석수로 치환하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의회가 제 목소리를 낸다면 의회 뜻을 받아 장관들이 자기 소신대로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와 친화적이지 않나.

“어떤 사람들이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도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거대 양당 사이에서 무엇을 했나. 야당과 대화 안하고 찍어누르려고만 하니 대화 자체가 안 됐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4대 개혁은 거대 양당제 국회에서 하나도 성과를 못 냈다. 다당제와 여소야대는 현실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에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협치, 합의제 민주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제로 협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연동형에 공감하지만 의원정수 증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강한데.

“민주당·한국당과 합의한 건 아니지만 의원 수 증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늘어나 봤자 30∼60석으로 300석 의석 중 10∼20% 수준이다. 대신 예산 총액을 동결해 국회의원에 드는 예산을 더는 늘리지 않으면 된다. 보좌관 수도 줄이고 의원 세비 줄이면 증원도 가능하다.”

―최근 이학재 의원을 비롯해 탈당 기류가 있는데.

“이 의원 말고 현역의원 누가 탈당했나. 원외위원장 몇 사람들이 탈당했는데 저쪽에서 위원장 된 사람 한 명밖에 없다.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한국당은 더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거기서 뭘 얻겠나.”

―바른미래당이 구심력으로 작용하기보다 원심력에 끌려가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그렇게 보이겠지만 지난 주말 한국당과 민주당의 분열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손금주·이용호 의원도 포용 못하는 친노친문이 아래에서는 이탈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탈원전을 두고 송영길 의원의 반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경제정책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탈당하는 것이 여당 내 분열의 실마리라고 본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나 행보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웃음) 지금 이 의원을 바른미래당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소속이 바른미래당이지 그게 당에 무슨 영향 미치나.(엄중경고했지 않느냐) 경고했죠. 우리 당 사람들은 이 의원 특별하게 생각 안 한다. 무슨 존재감이 있나.“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했는데.

“한국당이 분열의 길로 가는 분기점이라고 본다. 박근혜정부 때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했던 황 전 총리는 심판받아야 할 사람이지 보수 대통합의 역할을 맡을 사람이 아니다. 한국당이 보수통합한다고? 무슨 보수통합이냐, 황교안이 지금 들어와서 더 수구보수로 가는 것인데.”

―그러면 친박과 비박의 분열이 가속화할 수도 있는데.

“친박과 비박의 계파 싸움과 분열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확산될 것이다. 친박이 황교안을 내세워 당권을 장악한다면 한국당내 개혁보수는 씨도 없이 마를 것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대표를 겨냥해 향후 정계개편의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렇게 말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그 정도 영향력이 있겠나(웃음). 촛불혁명 이후 우리 정치구조가 상당히 왼쪽으로 이동했다. 민주당은 중도좌파에서 좌로 더 이동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이념 지향적인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당은 사분오열돼 있고 수구 보수로 향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남은 개혁 보수·합리적인 진보 세력이 중도개혁 이름 아래 새 정치세력으로 재편되는 것이 올해 하반기에 있을 정치개혁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 중심을 바른미래당이 잡겠다는 거다.”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어떻게 평가하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혁신성장과 복지정책 등을 강조했지만 말로만 반성한 거 같다.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진심이 문 대통령 진심이 드러났다고 본다. 경제정책을 계속 이어가는 자신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가 30분 동안 얘기했는데 뭐 들었냐고 답변한 거잖아.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성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그래도 경제 이야기가 많아졌는데) 물론 바뀔 수 있지만 어떻게 1년 만에 이렇게 확 바뀌나. 기자회견서 평화·비핵화 관련 이야기는 한 페이지 분량밖에 안 됐다. 평화와 비핵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시간이 걸린다. 문 대통령이 빨리 중재하려고 하니까 안 되잖아. 길게 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대통령 신년회견과 관련해 예의 논란과 별개로 김 기자의 질문이 다소 막연했다는 지적도 있더라.

“뭐가 막연해? 기자가 질문 잘 하던데. 기자가 뭘 그렇게 뭘 잘못 질문했나. 나는 (일부) 언론에서 과했다고 얘기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정권에 아부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주 52시간제 실시는 손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맥락 아닌가.

“제가 이야기하는 저녁이 있는 삶은 모든 걸 다 끊어서 집에 일찍 가겠다는 게 아니다. 시간만 있다고 여유가 생기는 거 아니다. 집에 가면 먹을 것도 있어야 하고 영화 보고 취미활동 즐길 돈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최저임금 가파르게 올려버리니까 당장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에게 줄 돈이 없어진다. 줄 돈이 없으니 사람을 자를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중국집 사장은 11명 종업원을 8명으로 줄였는데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하더라. 정부는 최저임금을 높여주면 그 돈이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월급을 줄 돈이 없어 해고가 늘고 있다. 경제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정치인 손학규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개혁’이다. 처음 민자당에서 보궐선거 나왔을 때 ‘개혁에 나섰다’ ‘개혁의 새물결’이 첫 선거 포스터 구호였다. 2014년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은퇴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7공화국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시 정계 복귀했다. 7공화국으로 나가는 첫 시작이 선거제 개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의회 중심의 7공화국을 만들겠다.”

―개혁에 앞장섰지만 당적을 바꾸면서 ‘보따리 장사꾼’이라는 비판도 받았는데.

“당을 옮겼지만 소신을 바꾼 게 아니다. 민주주의 구현과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 그게 제 정치의 일관된 기조였다. 일관된 삶을 살아왔으니까 단식할 때도 ‘저 사람은 사기 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거 아니겠는가.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 대표 된 이후로 (소신과 달라) 당직은 하나도 안 맡았다. 제 정치의 원점은 개혁의 새 물결, 마지막 종점은 선거구제 개혁에 이은 개헌이다.”

―다소 돌발 질문인데, 손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지는 현상,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징크스가 아니다. 우연이 몇 번 겹치면서 언론에서 만든 것이다.(그래도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웃음) 손학규 징크스의 시초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100일 민심 대장정 부산에서 마치고 서울로 올라올 때 북한 핵실험 소식을 들었다. 서울역 앞에 지지자 1000여명이 운집했고 방송·신문 촬영기자들도 다 모여서 사진 찍어갔지만 보도 하나도 안 됐다. (웃음) 방송은 편성시간 비워놓고 신문에서는 지면 마련했는데 북핵에 다 밀렸다(웃음).”

대담=김용출 정치부장, 정리=이창훈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corazon@segye.com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947년 경기도 시흥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서강대 교수(1990∼1993년) △14∼16, 18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1996∼1997년) △경기도지사(2002∼2006년) △통합민주당 공동대표(2008) △민주당 대표(2010∼2011) △바른미래당 대표(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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