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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가까운 공포 지금도 생생… 북핵 위협 여전" [르포]

입력 : 2019-01-13 18:35:28 수정 : 2019-01-13 19: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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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北미사일 경보 오작동’ 1년 / 평화롭던 주말 아침 ‘아수라장’ / 하와이주민들 “그날 악몽 안끝나”/ 당시 맨홀 아래 하수구 대피도 / 진주만공습 경험 세대 충격 더해 /“1년 지나도 정부 조치 없어” 분개 "탄도미사일 위협이 하와이로 향하고 있음. 즉각 대피할 것. 훈련 상황이 아님."

지난해 1월13일(현지시간) 오전 8시7분 미국 하와이 주민들의 휴대전화로 긴급 발송된 메시지이다. 이 메시지는 주말 아침 평화를 즐기던 하와이 주민들을 순식간에 혼돈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당시 문자는 하와이주 정부 공무원이 실수로 버튼을 잘못 누른 오작동에 따른 경보였다. 하와이 당국은 경보 발령 약 40분 이후 오작동에 따른 점을 알렸지만, 주민들의 혼란과 충격은 컸다.
지난해 1월 13일(현지시간) 아침 하와이 주민들의 휴대전화로 발송된 긴급 메시지. 훈련 상황이 아니니 즉각 대피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신시아 라자로프 제공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새로운 종말의 새벽’ 저자인 신시아 라자로프도 하와이 주민으로 그날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다. 라자로프는 냉전 시기 미·러 관계와 핵 위협 문제에 집중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부 장관 등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라자로프는 “그날 아침은 유난히 하와이의 일출이 아름다웠고 모든 게 완벽했다”며 “문자를 보는 순간 ‘이게 실제 상황이란 말인가’라는 탄식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남은 시간이 12∼15분 정도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국 내가 한 일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딸에게 전화해 사랑한다고 말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아침 우리는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했다”며 “그때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북·미 대화가 시작됐고 군사적 긴장은 많이 완화됐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위협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와이 주민들은 라자로프처럼 미사일 오작동 경보로 큰 혼란을 겪은 1년 전 그날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2017년 12월 북한의 하와이 타격 위협에 30년 남짓 만에 처음으로 주민 대피훈련을 진행한 터라 주민들이 당시 받은 충격은 더 컸다. 하와이주 지역 방송사 기자이자 하와이 거주민인 엘리자베스 웨처 기자는 “미사일이 날아온다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녀를 맨홀 뚜껑 아래 하수구로 대피시킨 이도 있었고, 레스토랑 냉장고와 욕실 욕조로 대피한 주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웨처 기자는 “특히 하와이 진주만 공습을 경험한 세대의 경우 충격이 더 심하다”고 했다. 하와이에서 활동하는 가수 마카나는 충격과 분노감을 동시에 피력했다. 그는 “1년이 지났는데 바뀐 게 없다”며 “주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은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그대로 안고 괜찮은 척 지내고 있지만 사실은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고 분개했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미국 하와이 주정부의 ‘북한 미사일 오작동 경보 발령’ 1주년을 이틀 앞둔 11일 와이키키 해변가를 찾은 주민과 관광객들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와이의 북핵 전문가들은 1년 전 북한 미사일 경보는 잘못 울린 것이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데니 로이 미 동서센터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미 스탠리 재단이 이 센터에서 ‘아시아·태평양 안보: 지역 내 긴장과 새로운 차원의 핵 위협’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 과정을 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이며 핵 폐기는 그야말로 최후의 순간에나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태평양포럼의 데이비드 산토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본토 공격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ICBM 문제만 합의하는 수준에서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하와이=글·사진 김민서기자 spice 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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