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과학수사로 이름난 형사 보겔이 마을을 찾는다. 보겔은 수사를 위해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끌어 수사 인원을 대폭 지원받고, 단서를 찾기 위해 쇼도 벌인다.
그러던 중 보겔의 레이더에 용의자가 포착된다. 실종 소녀 안나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 마티니. 안나를 좋아했던 남학생이 몰래 찍은 비디오에는 안나가 가는 곳마다 마티니의 차량이 등장하고, 마티니는 12월 23일 홀로 등산을 다녀와 알리바이가 없다.
보겔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언론은 그를 범인으로 낙인찍는 상황. 하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면서 진실은 안갯속으로 더욱 희미해진다.
6일 개봉한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
시청률에 목메는 언론은 처음엔 안나와 가족에 대한 동정심을 유도하다가, 용의자가 특정되자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는 작은 단서를 반복해 노출하며 마티니를 쉽게 괴물로 만든다.
진실에 관심이 없기는 보겔도 마찬가지다. 스타병에 걸린 그는 드러나지 않는 범인을 만들어서라도 잡기 위해 언론과 거래하고 증거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대중도 다르지 않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현혹된다.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영화는 말끔히 마무리된다. 하지만 각종 이야기가 넘쳐나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재미없는 진실과 흥미로운 거짓’에 대한 씁쓸한 질문이 오래도록 남는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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