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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실종, 조작된 여론… 가려진 진실 속으로

입력 : 2018-12-06 20:35:44 수정 : 2018-12-06 20: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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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스릴러 ‘안개 속 소녀’/실종 사건의 범인 찾아가는 스릴러/자극 선호하는 인간의 속성 꼬집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새벽,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녀가 교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다.

곧 과학수사로 이름난 형사 보겔이 마을을 찾는다. 보겔은 수사를 위해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끌어 수사 인원을 대폭 지원받고, 단서를 찾기 위해 쇼도 벌인다.

그러던 중 보겔의 레이더에 용의자가 포착된다. 실종 소녀 안나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 마티니. 안나를 좋아했던 남학생이 몰래 찍은 비디오에는 안나가 가는 곳마다 마티니의 차량이 등장하고, 마티니는 12월 23일 홀로 등산을 다녀와 알리바이가 없다.

보겔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언론은 그를 범인으로 낙인찍는 상황. 하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면서 진실은 안갯속으로 더욱 희미해진다.

6일 개봉한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6일 개봉한 영화 ‘안개 속 소녀’는 소녀를 데려간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스릴러다. 새로운 단서, 인물이 드러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관객들은 끝까지 갈팡질팡하게 된다. 충격적인 반전이 거듭 등장하며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멘붕’에 빠뜨린다. 128분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구성이 촘촘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누가 범인인가’가 아닌 인간의 악한 마음, 그중에서도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속성을 꼬집는 데 있다.

시청률에 목메는 언론은 처음엔 안나와 가족에 대한 동정심을 유도하다가, 용의자가 특정되자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는 작은 단서를 반복해 노출하며 마티니를 쉽게 괴물로 만든다.

진실에 관심이 없기는 보겔도 마찬가지다. 스타병에 걸린 그는 드러나지 않는 범인을 만들어서라도 잡기 위해 언론과 거래하고 증거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대중도 다르지 않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현혹된다.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영화는 말끔히 마무리된다. 하지만 각종 이야기가 넘쳐나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재미없는 진실과 흥미로운 거짓’에 대한 씁쓸한 질문이 오래도록 남는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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