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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증거주의, 억울한 남성들"…당당위는 왜 '곰탕집 시위' 에 나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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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7 07:40:00 수정 : 2018-10-27 09: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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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곰탕집 시위①] 주최·참가자 인터뷰 “만졌나, 스쳤나?”

이 질문의 답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일었던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촉발된 지난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출처=유튜브
온라인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 시위’를 연다. 이들은 재판부가 CC(폐쇄회로)TV에 담긴 남성의 성추행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여성의 증언만을 토대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한데 따라 ‘유죄추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불법 촬영 규탄 집회’(혜화역 시위)처럼 남녀갈등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남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인근에서 페미니스트 단체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의 맞불집회가 예정돼 있어 남녀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일보는 이들이 어떻게 거리에 나왔고, 당당위 집회를 통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 가운데는 운영자 김재준(28)씨. 당당위 제공.
◆당당위 운영자 김재준씨 “우리가 원하는 건 3가지 사법정의, 성평등, 반혐오”

당당위를 결성한 김재준(28)씨는 2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정의, 성평등, 반혐오 3가지를 위해 집회를 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번 집회는 먼저 사법정의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자리이고 무죄추정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따른 비판”이라고 당당위 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당당위는 그동안 곰탕집 성추행 사건뿐 아니라 각종 무고에 대한 억울한 사연을 제보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무고한 사람이 법으로 무고를 증명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며 “죄가 없는데 증거를 찾는 건 죄를 밝히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범죄에서 상대 증언만을 듣고 이를 판단하는 건 공권력이 개인을 핍박하는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여는 시위 독려 포스터. 당당위 카페 캡처
김씨는 사법부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특별성별에는 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당위는 곰탕집 CCTV영상을 보고 잘못됐다는 생각으로 모였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특정성별에 없어 이에 공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이런 문제가 남녀갈등이나 성평등 이슈로 번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 여성 비율이 20%나 되고 운영회원에 여성멤버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남성 참여자가 많을 거 같아 (남녀갈등으로) 감정이입을 하는 분도 많을 거 같은데 피의자만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로 보면 아내와 딸 등 가정전체가 불행해지는 것으로 이를 남성만 옹호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성 시인. 페이스북
◆박진성 시인 “곰탕집 사건 나와 같은 맥락”

당당위 집회에 참가하는 걸로 알려진 박진성(40) 시인은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자신의 사연에 대해 2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같은 맥락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2016년 작가 지망생 2명으로부터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에 대전지검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9월 박 시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성 범죄자 누명을 뒤집어쓴 그는 지난해 12월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남성혐오주의자들은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을 폭로한 2명에겐 각각 무고죄와 허위사실유포죄가 적용됐다.

박 시인은 “2년 전 이날(23일)은 내가 뉴스에 나왔던 날”이라며 “의혹이 보도된 지 48시간만에 나는 신문기사,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방송에서 관종(관심에 목매는 사람)이 돼버렸다”고 푸념했다. 그는 “성범죄 특성이 의혹이 불거지면 보도되는 즉시 그렇게 된다”며 “곰탕집 그분 같은 경우 한순간에 범죄자가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인 역시 곰탕집 사건을 ‘유죄추정’으로 정의했다. 그는 “다른 의미에서 미투 자체에 그런 성격이 있다”며 “이런 사회 풍토는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
◆오세라비 “억울한 남성들 많아…증거주의 무너졌다”

문제의 책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도 당당위 집회 참가의사를 밝혔다. 오 작가는 2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가 무너졌다”며 “당당위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오 작가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는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 비동의 관음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지목받은 분들과 인터뷰를 많이 했고, 성적인 문제를 규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다”며 “너무나도 남성들에게 불리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남자면 100% 다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곰탕집 판결에 대해서도 “법은 공정해야 하고 누구위에도 군림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해 못 할 판결이었다”며 “앞서 여론재판까지 벌어지고 이렇게 되면 완전히 법의 신뢰가 무너진다. 잘못된 판결이 내려지면 법이 폭력을 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오 작가는 이어 “이번 집회는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린 분들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건데 엉뚱하게 페미니즘 대 반페미니즘 구조가 짜여 지는 것 같다”며 “남녀대립, 갈등을 원하는 일탈 페미니스트들이 권력을 취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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