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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스로 은퇴 선언한 마윈 회장이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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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0 23:37:57 수정 : 2018-09-10 23: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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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갑부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1년 후인 내년 9월10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회장) 자리를 장융 CEO에게 승계한다”고 밝혔다. 마 회장은 “진지하게 10년간 물러날 준비를 해왔다”며 “(저의 사퇴는) 알리바바가 전적으로 특정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회사에서 인재에 의존하는 기업으로 업그레이드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주주로서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 때까지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은 유지하기로 했다.

마 회장의 회장직 사퇴 선언은 여러모로 신선하다. 마 회장이 사퇴하는 2019년 9월10일은 알리바바를 창립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자 만 55세 생일이다. 50대 중반이면 한창 일할 나이다. 그럼에도 미련 없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자신이 은퇴 후 롤 모델로 삼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처럼 교육과 자선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한다. 회사를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긴 것도 눈길을 끈다. 마 회장은 은퇴에 대비해 오랜 시간 동안 젊은 리더를 키우며 회사 경영 시스템을 파트너와 고위 경영진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바꿔놨다. 회사는 이 젊은 인재들을 통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마 회장의 결단과 새 출발은 한국 기업 풍토에선 보기 어려운 ‘창조적 파괴’다. 우리 대기업에서는 총수 자녀가 해외 유학을 다녀온 뒤 초고속 내부 승진을 거쳐 경영권을 물려받는 ‘세습 경영’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지도 않고, 책임의식보다 특권의식에 젖어 갑질과 반칙을 일삼는다. 기업의 사회공익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은 사회적 눈높이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우리에게도 평생 나눔과 베품을 실천한 기업가들이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조직에 우리 친척이 있으면 회사 발전에 지장 받는다”는 소신을 고수했고, 타계 시에는 7살 된 손녀딸의 학자금 1만달러를 제외하고 전 재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했다. 한국유리 최태섭 회장은 “기업 이윤의 2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 아래 교육사업과 국제기아 지원에 헌신했고,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에도 앞장섰다. 이런 아름다운 모범이 기업인들의 전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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