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최근 신속한 대북 인도지원을 가능케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가이드라인 채택으로 한국 정부가 1년 가까이 미뤄온 800만달러 대북지원 집행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가 ‘성급히 제재를 완화하면 비핵화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10일 보도했다.
익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는 9일 한국 정부가 1년 가까이 미뤄온 800만달러 대북 지원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는 VOA의 질문에 “경제 또는 외교적 압박을 조기에 완화하는 것은 우리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미 간) 외교의 문을 연 것은 압박으로, (그) 압박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보장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을 때 이룩할 수 있는 것들에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안녕(well-being)에 깊이 염려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VOA가 전한 이러한 메시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대북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 것이다.
800만달러의 집행 시기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VOA 보도와 관련해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공여 문제는 현재 국제기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주장하는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된 사안들을 결정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추진 의사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영양실조 치료 지원사업에 350만달러, 세계식량계획(WFP)의 탁아시설·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식품 지원사업 45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의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심의·의결한 뒤 집행시기를 저울질해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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