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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되찾아야 할 지구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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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0 23:10:12 수정 : 2018-08-10 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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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름이 적도지역처럼 뜨겁다. 폭염은 기후학 용어로 열파이다. 불편함을 초래하는 뜨거운 날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열파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기간, 빈도, 강도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번 여름의 기록을 넘어서 열파 현상이 더해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의 불안에 휩싸인 현대사회의 단면을 그린 영화 ‘테이크 쉘터’(감독 제프 니컬스)는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한 작품성 있는 환경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다른 환경영화처럼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종말을 사실처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종말에 대한 불안감을 강조하면서 종말을 예감하게 한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황색비와 함께 오염된 구름떼가 몰려오는 것은 주인공 커티스(마이클 섀넌)의 꿈에서 제시될 뿐이다. 미국 오하이오에 사는 건설현장 매니저인 커티스의 악몽은 황색비뿐만 아니라 애완견이 갑자기 나타나 팔을 물어뜯거나, 좀비가 자신과 어린 딸 해나(토바 스튜어트)를 해치려 들기도 한다. 그의 정신병 가족력까지 더해 커티스의 불안감은 정신병적 징후로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끝내버릴 거대한 황색 폭풍우가 올 것 같은 커티스의 불안감은 급기야 은행대출까지 받는 것은 물론 회사 굴착기를 개인 용도로 무리하게 사용하면서까지 마당에 방공호를 만들도록 그를 종용한다. 방공호 안에 자주 들어가 있기도 하고, 유사시 필요한 물건을 갖다 놓는 것을 보는 그의 아내 서맨사(제시카 채스테인)와 주변 사람은 그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불안감은 엔딩 부분에서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우리에게 큰 경고를 준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환경영화의 새로운 리얼리티 구현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테이크 쉘터’는 그 어떤 환경재난 영화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한 방식으로 지구온난화의 우려를 그려내고 있다.

인간중심적 사고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이 점점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인간이 자연과 인간의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다양한 생명체인 자연의 순환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체감되는 기후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수년 전부터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말만 무성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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