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 전진기지서 가속페달/모디, 文에게 ‘지하철 타자’ 깜짝 제안/11개역 같이 이동하며 친교 더욱 다져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삼성그룹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부회장과의 만남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文, 간디기념관서 모디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 오후 뉴델리 간디기념관에서 맨발에 두 손을 합장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
문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삼성이 6억5000만달러(약 7231억원)를 투자해 만든 노이다 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차량에서 내린 두 정상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악수했고, 이들 바로 뒤에서 걸으며 준공식장으로 안내했다. 이 부회장은 두 정상과 나란히 귀빈석상에 앉아 준공식을 지켜봤고 테이프 커팅 행사에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불법·탈법 경제인과 거리를 뒀던 문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과 파트너십 강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던 이 부회장의 보폭도 이날 행사를 계기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 질 개선에 앞장서는 기업인은 업어드리고 싶다”고 하는 등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나 신규 투자는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도 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이지만, 중국계 기업들과 시장점유율 1%를 두고 싸우고 있다”며 인도 시장에서 분투 중인 국내 기업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제 노이다 공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삼성전자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공장이 되었다”며 “노이다 공장이 활기를 띨수록 인도와 한국 경제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이다 신공장은 문 대통령의 대(對)인도태평양 정책인 ‘신남방정책’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의 3P 공동체로 만들어 2022년까지 양측 협력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국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이 같은 신남방정책을 확대·가속화하는 종착지가 바로 인도다.
文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과 첫 대면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두번째 줄 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UP)주에 있는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델리=뉴시스 |
정부는 특히 인구 13억명에 꾸준한 7%대 성장률을 보이는 인도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간 무역 갈등을 봤을 때 우리가 인도에서 기회를 잡아 G2(주요 2개국·미국과 중국) 리스크를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사절단 자격으로 이번 순방을 수행하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역시 인도의 △젊은 인구 중심의 역동성과 도시화 △빠른 ICT(정보통신기술) 확산 등을 근거로 “인도는 경제 협력의 잠재성이 큰 나라이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양국 젊은이들 간 교류의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진 예우 받은 文 대통령
모디 총리는 이날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 참석에 앞서 문 대통령과 간디기념관을 둘러보며 ‘세계 평화의 징’을 함께 쳤다. 이어 친교 확대 차원에서 지하철을 타자고 ‘깜짝 제안’해 11개역 구간을 같이 이동했다. 그는 10일에도 단독·확대 정상회담 등 8개의 일정을 문 대통령과 함께할 예정이다. 수시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은 9일 문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님은 인도에 특별한 손님”이라며 “총리가 외국 정상과 간디기념관을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인도 내 공장 개관식을 외국 정상과 함께 참석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 주최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인도 전통예술단을 보내 가야 수로왕과 인도 공주 출신 허황후 이야기를 다룬 공연을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뉴델리=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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