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개혁·개방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중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시 주석이 보복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국이 선택한 길을 위태롭게 해 정체되는 것을 막으려면 피해를 억제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주문은 미국의 공격에 맞대응은 하되, ‘전쟁의 불길’을 먼저 키우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공세에 동등한 규모로 대응하겠다는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확전을 꺼리는 것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서다. 특히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다면 ‘사활을 건 난타전’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다. 루캉 대변인이 “무역 갈등이 무역 분쟁, 심지어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이날 언급한 것도 같은 의미다.
“美에 맞서자” 손 잡은 中·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5일(현지시간) 빈에서 카린 크나이슬 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며 중국과 유럽연합이 자유무역 체계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EPA연합뉴스 |
비관세 장벽 등 다른 카드도 활용될 전망이다. 대미 수출규모(5055억달러)가 수입규모(1299억달러)보다 월등히 큰 중국이 똑같은 규모로 보복하는 것은 어려워서다. 미국산 수입품 통관 검사를 늦추거나 미국계 자본에 대한 엄격한 감독·관리 등을 통해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의 사업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의 미국행 관광을 금지할 수도 있다. 중국이 보유한 1조1819억달러에 달하는 미 정부 채권 매각도 카드 중 하나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와의 연대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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