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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진짜양심 vs 가짜양심…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논란 '활활'

입력 : 2018-07-07 05:00:00 수정 : 2018-07-06 0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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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논쟁거리입니다. '병역거부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종교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무게중심은 점차 전자에서 후자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헌재는 이번에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이 합헌이라는 재판관이 7명에서 4명으로 줄면서 대체복무 도입을 적시했습니다. 법원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유·무죄 판결을 최근 전원합의체로 넘긴 데 이어, 오는 8월30일 공개변론까지 예고했습니다. 헌재와 법원의 이런 행보는 시대정신과 정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헌재가 2019년 말까지 입법화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2020년 즈음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복무제는 징병제 국가에서 군 복무 대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하는 것을 군 복무로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복무가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점에서 군 복무보다 복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은 매우 예민한 사안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에 대해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게 사실입니다.

다만 이제 대체복무제 도입은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대체복무를 시행할 경우 입영대상자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각종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로 우리 사회의 복지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병역의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결정한 헌법재판소가 입영거부자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입장을 유지한 가운데,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현재 국내에 대체복무제가 없어 양심적 병역거부도 입영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으로, 대법원이 이를 수용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 무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병역종류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으나, 당초 논란이 됐던 입영거부자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돼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고 합헌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합헌·위헌의 문제가 아닌 법률 해석의 문제라며 법원에 공을 넘긴 셈이다.

특히 헌재는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결정문에 명시하기도 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이 정당한지 여부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쟁점은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헌재의 취지를 받아들일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헌재도 처벌규정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을 결정해, 대법원이 이를 따라야 할 구속력은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정당성 여부, 대법원 판단에 따라 결정

헌재가 14년에 걸쳐 네 번째 결정을 내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위헌 의견은 합헌 의견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이 됐다.

네 재판관은 우선 헌재가 이날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 다섯 가지로만 구분해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놓지 않은 병역법 제5조(이하 병역종류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위헌의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을 전제로 하므로 양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병역종류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하는 이상 처벌 조항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어 네 재판관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목적을 처벌 조항과 같은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며 "처벌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예방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 조항이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했을 때 뒤따르는 불이익은 매우 커서 '법익의 균형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네 재판관과는 달리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내면서도 별도 보충의견을 함께 제시했다. 안 재판관은 "국가공동체가 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형 집행 종료 즈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사면하거나 각종 공직 임용과 취업 등의 불이익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 5년간 韓 양심적 병역거부자 2700여명

최근 6년간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이 27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병무청은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해 병역법을 위반한 인원이 총 275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도별로는 2013년 623명, 2014년 565명, 2015년 493명으로 감소하다 2016년 557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461명, 올해 5월까지는 57명을 기록했다.

병역법 위반 사유는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종교적인 이유로 나타났다.

재판에 넘겨져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1790명으로, 이 가운데 99%에 해당하는 1776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4명, 기소유예 등의 판결을 받은 사람은 10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966명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한 나라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도 조만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징병제 국가가 될 예정인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징병제 국가 중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나라는 20여 개 국에 달한다. 대체복무자의 근무형태나 기간 등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공공기관, 사회복지분야, 교통·경비·소방 등 분야에서 활동한다.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체대역제도)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일정한 자격을 갖춘 대체복무자들이 사회치안, 사회서비스분야, 사법행정, 외교, 공공행정, 관광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 등에서 활동한다. 대체복무기간은 현역(4개월)과 비슷한 4~6개월이고, 합숙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우리와 같은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독일은 이미 1960년대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했다. 독일의 경우 10만여 명이 넘는 대체복무자 관리를 위해 별도로 연방대체복무청을 별도 운영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복무 형태별로 노동 강도나 구속성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가장 강도가 강한 현역(9개월)을 기준을 복무 기간을 상이하게 편성했다. 복무형태는 출퇴근이었다. 독일은 2011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대체복무제를 폐지했다.

이밖에도 그리스와 러시아 등도 대체복무제를 택하고 있다. 그리스와 러시아는 국방부 산하에 심사위원회를 두고 서면심사와 의삼자에 대한 대면심사 등을 통해 대체복무자를 선별한다. 그리스의 경우 현역(9~12개월)보다 긴 15개월을 근무하며, 러시아도 현역(1년)보다 1.5배 많은 18개월을 근무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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