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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출 통로 봉쇄' 카드 꺼낸 이란, 美 제재에 맞불

입력 : 2018-07-05 20:54:53 수정 : 2018-07-05 20: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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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할 땐 실행” 경고/중동 산유국 원유 수출 주요통로/전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봉쇄 땐 중동발 유가 급등 불가피/美·이란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이란혁명수비대 “조치 환영…어떤 원유 선적도 허용 않을 것”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맞서 이란이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시사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을 압박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카드를 이란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원유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경제적 갈등이 군사적 대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맞서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빈=신화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등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0’으로 줄이고 싶어 한다”며 “(미국은)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를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전날 스위스 동포간담회에서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할 경우, 다른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출 통로를 막겠다”고 위협한 걸 재확인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이 다른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을 어떻게 막을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사실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의 바다로 폭이 50km에 불과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를 점하는 요충지이기 때문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중동발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막은 적은 없지만 봉쇄 위협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출렁거렸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하고, 이날에는 트위터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독점가들이 기름값이 올라가고 있는데 (우리에) 도움 되는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유가 인상을 경계하고 있다. 이란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산 석유를 구매하지 말라고 계속 압박한다면 이는 원유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 경제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를 탈퇴한 이후 관련국들에 11월4일까지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금융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성격상 이란의 봉쇄 조치가 실제로 이행된다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로하니를 비판했던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환영하며 “그들(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어떤 원유 선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에 충성하는 어떤 정책도 즉시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 빌 어반 대위는 4일 AP통신에 “미 해군과 지역 동맹군들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지역에서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물러서지 않을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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