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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스마트폰 없이 아이 잘 키우는 사람 많다고?"

입력 : 2018-06-30 05:00:00 수정 : 2018-06-29 0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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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주의산만해하며 징징대던 아이들이 스마트폰 앞에만 가면 갑자기 울음을 멈춘다"며 "가정집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는 부모들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필수다. 슬픈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어린 아이에게 백해무익한 스마트폰으로 정서적 감옥을 만들어 얌전하게 하는 건 자랑이 아니다"라면서도 "식당 같은데 가서 아이 얌전하게 하려면 스마트폰을 쥐어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씨는 "아이와 잘 교감하고 교육시키면 공공장소에서 날뛰는 일이 적다"며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거기에 길들여진 아이는 스마트폰 달라고 온갖 땡깡을 부린다"고 말했다.

D씨는 "자식 농사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아이를 스마트폰에 노출시키는 건 일종의 학대"라며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남에게 민폐 끼칠까봐 식당에 안 데리고 다녔다. 요즘 애 많아야 둘 정도인데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씨는 "스마트폰 없이 아이 잘 키우는 부모도 있다"며 "그나마 편하게 키우려고 하니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 순간을 위하지 말고 미래를 보며 건설적인 육아를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F씨는 "육아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없이 아이 둘 잘 키웠다"며 "아이는 부모가 함께 낳고 키우는 것이다. 육아는 엄마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G씨는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면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면 그러지 못하게 훈육을 해야한다"며 "이렇게 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쥐어주면 아이가 커서 뭐가 되겠냐"고 반문했다.

H씨는 "비록 일부지만 요즘 엄마들 보면 이해가 안 갈 때가 많다"며 "너무 오냐오냐 키우는 것 같은데 이럼 커서 아이 인성에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2∼5세 유아 10명 중 4명(39%)이 매일 TV를 시청하고, 10명 중 1명(12%)은 스마트폰을 매일 사용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상당수 아이들이 유아기 때부터 TV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주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신윤미 교수팀은 경기도에 사는 만 2∼5세 유아(평균나이 3.85세)의 부모 390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전자미디어 사용빈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연구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5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가정 내 전자미디어 기기를 6가지(스마트폰·TV·컴퓨터·태블릿PC·비디오콘솔·휴대용게임기) 유형으로 나눠 유아들의 하루 평균 사용빈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의 39.3%가 거의 매일 TV를 시청했으며, 일주일에 3일 이상 TV를 보는 유아는 70%에 달했다.

TV를 시청하는 유아 중에는 평일 평균 1시간 이상 시청이 48%를 차지했다. 주말 기준으로 평균 1시간 이상 TV를 보는 경우가 63.1%였다. 전체 66.5%가 만 두 살이 되기 전에 TV 시청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아 10명 중 4명, 매일 TV 시청

스마트폰의 경우 조사 대상 유아 12%가 매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6.5%가 일주일에 3일 이상 사용했고, 만 1살(12개월)이 되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한 유아가 12.2%, 2살(24개월) 이전은 1살 이전을 포함해 31.3%나 됐다.

문제는 어린 나이에 전자미디어에 노출되면 건강에 해를 미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나온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TV와 스마트폰에 일찍 노출되고,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과도한 아이일수록 언어지체, 집중력(주의력) 저하, 비만, 공격적인 행동, 수면 문제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았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생후 24개월 전에 아예 전자미디어를 쓰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런 문제가 적발되는 경우 벌금을 물리는 나라도 있다.

신윤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유아들이 전자미디어 기기에 너무 빨리 노출되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이는 3040대 부모들이 스마트폰 등의 미디어 기기와 매우 친숙하다 보니 자녀들도 조기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전자미디어 노출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연히 옮겨가고 있다"면서 "만 2세 이전에는 가급적이면 전자미디어 기기를 쓰지 않도록 하고, 이후에 쓰게 되더라도 아이가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부모가 항상 관심을 갖고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 놀이' 대체할 수 있는 환경 개선 필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아동이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 미디어를 이용해 노는 시간이 하루 3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머니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디어 이용시간인 2시간에 비해 1시간 더 많은 것으로 놀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아동의 놀 권리 강화를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3∼5세 유아와 초등학교 1∼3학년 아동을 기르는 어머니 706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177분이었다.

미디어별 이용시간을 나누면 TV 시청이 102분으로 가장 많았고, 스마트폰 이용이 55분, 컴퓨터 이용이 20분이었다.

연령대로 구분해보면 3∼5세 유아는 평균 167분, 초등 저학년은 평균 186분을 미디어 이용에 썼는데 유아는 TV 시청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초등학생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이용시간이 더 길었다.

거주지로 나눠보면 읍면지역에서는 평균 201분을 써 대도시(171분)나 중소도시 (173분)보다 길었다. 자녀의 미디어 이용시간은 가구 소득이 증가할수록,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머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디어 이용시간은 총 121분으로 현실과 차이가 컸다. 이상적인 스마트폰 이용시간도 33분으로 실제 55분보다 22분 많았다.

보고서는 "미디어와 인터넷을 이용한 놀이에 아동이 무방비로 노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적지 않다"며 "놀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놀이를 대체하는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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