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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고차원방정식 '주52시간 근무제' 정말 해법 없을까?

입력 : 2018-06-29 05:00:00 수정 : 2018-06-28 10: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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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처벌을 유예하는 기간으로 삼아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조치라 업계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은 게 사실입니다. 국회가 주 52시간 근무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은 지난 2월27일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근무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하고 인력도 확충해야 합니다.

기업 수익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이를 하나씩 정리해나가려면 4개월로는 턱없이 모자랄 것입니다.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유연근무제 활용도를 높이려는 추세지만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간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 △취업규칙 변경 △서면 합의 등이 필요합니다. 당국은 곧 유연근무제 활용 매뉴얼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간 단축의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노동시간을 줄여 노동자 개인의 행복감을 높이고, 일자리도 나누자는 큰 틀의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갈등과 혼란은 최소화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시행된다. 앞으로 일주일에 전체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불법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306시간을 더 일한다.

가장 적은 독일(1363시간)보다는 무려 7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이미 주당 노동시간이 30~40시간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도 노동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야근이 일상이었던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도 '저녁 있는 삶'이 실제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당장 모든 사업장이 다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다르다. 300인 이상 기업은 다음달부터 시행해야 하고,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시행하면 된다.

대부분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됨에 따라 대기업들은 준비에 무척이나 분주한 모습이다. 오후 6시가 되면 직원들 PC가 저절로 꺼지게 하는 등 이미 적응에 나선 대기업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위메프가 직원들의 주 40시간 근무 환경 정착을 위해 보완책 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내 인프라가 아닌 익명 채널을 통해 건의사항이나 제보를 받는 등 소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것.

위메프는 최근 20여 일간 전 임직원 대상으로 근무시간 조정에 대한 문의와 제안을 받는 설문 캠페인 'WWW(What We Want)’를 진행,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꾸준히 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는 모두 익명 방식인 구글 설문과 카카오톡 1:1 오픈채팅으로 이뤄졌으며 총 250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정시퇴근 분위기 조성 △업무방식 개선 △근무제도(탄력/재량) 개편 △초과근무 신청 관련 △퇴근 후 업무지시 근절 △업무량 축소 △근태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다양하게 나왔으며, 제보성 내용도 총 4건(중복)이 접수됐다.

근무시간 축소로 인해 부득이하게 늘어나는 직원들의 업무량 부담을 안배하기 위해 인력 충원에도 나선다. 3분기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50명의 신규인력을 충원하는 것. 위메프는 올해 상반기에만 152명의 신입·경력사원을 선발한 바 있다.

하홍열 위메프 경영지원실장은 "임직원들을 위한 제도인 만큼 직접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WWW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사내 복지 및 제도 개선에 대해 직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생산설비 보강, 교대근무조 개편 등 근로시간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주류, 롯데푸드 등 롯데 식품 4개 계열사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시스템의 적정 운영을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직 근로자 2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고 있다.

교대제 개편에 따른 운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라인별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성수기/비수기 계절적 수요량 변동을 감안해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황용석 롯데지주 기업문화팀 상무는 "자사는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와 캠페인을 통해 워라밸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며 "앞으로도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주 52시간 근로제가 기업 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무시간 축소, 업무량 부담 안배…인력 충원이 답


이에 반해 일부 중견기업들의 경우 인력 충원에 걸리는 시간, 설비 증설에 걸리는 시간 등 52시간제를 도입하기에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8일 "기업 신규 채용이 연말·연초에 집중되어 있고, 능력 있는 인재 선발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달라고 고용당국에 공식 건의했다.

정부도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법 시행은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하되 6개월 동안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위반해도 6개월 가량의 시정기간을 부여키로 한 것이다. 위반사실 적발 시 우선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3개월을 부여하는 식이다.

계도기간이 올해 말까지임을 감안하면 사업주 처벌은 최장 내년 6월까지 유예되는 셈이다.

다만 처벌 유예만으로 현장의 혼란이 완전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저녁 미팅 활동을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등 사업주나 노동자 모두 혼란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

정부는 최근 부서 간 회식은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접대는 사측 지시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판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회식, 접대, 출장의 형태나 성격이 워낙 다양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외부 인사를 접대할 때마다 일일이 사측 승인을 받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개별 사업장 환경에 맞게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 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면 지방노동 관서에 문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당국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 근로자 임금 감소 가능성…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노동자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또 다른 논란 거리다.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 근로는 제한됨에 따라 12시간 이상의 근로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휴일이나 야간 근무가 많은 직종의 노동자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다음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4만9000명의 임금이 평균 7.9%(41만7000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임금 감소분을 보전하는 지원 대책을 시행중이지만, 지원 범위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300인 이상 기업 가운데 600개 기업이 이미 인력 채용 계획을 밝히는 등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신규 채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며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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