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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사임 "용납할 수 없다" 피아노 콩쿠르 '부당 심사' 의혹 제기 (전문)

입력 : 2018-04-25 15:27:42 수정 : 2018-04-25 15: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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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피아니스트 임현정(32·오른쪽 사진)이 부당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임현정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 직무를 맡은 후 콩쿠르가 얼마나 비 예술적일 수 있는지 보았다"면서 장문의 글(왼쪽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임현정은 심사위원 참여 3일 만에 사임 결정을 내리게 된 3가지 이유를 공개했다.

첫 번째는 "몇 페이지의 악보를 아예 연주도 하지 않고 건너뛴 연주자가 결선 진출자로 뽑혔다"는 것이다. 임현정은 "이러한 결과를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 콩쿠르에서 최소한 요구되는 수준, 즉, 적어도 악보에 쓰여진 전부를 연주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여러번 실수 한 경연자를 결선에 진출시킨 이 광경을 저의 개인적 도덕심으로는 절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현정은 두 번째 이유로 "이 경연자가 바로 이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의 제자라는 사실"을 꼽았다. 

그는 "저의 직업 윤리상 애초당시부터 그런 출전자의 서류를 허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직업 윤리상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밀감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하 임현정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 직무를 맡은 후 콩쿠르가 얼마나 비 예술적일 수 있는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3일만에 사임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마음껏 표현하는 용기가 두려움으로 교체되는 것을 보았고 음악의 본질을 표현하기 보다는 하나의 음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우선순위가 되는것을 보았습니다. 예술, 사랑보다는 그저 두려움이 먼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을 본 것이지요.

피아니스트 여러분! 쇼팽이 우리에게 남겨준 자산을 잊지 맙시다! 그는 피아니스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

« 저는 당신에게 그런 권한을 드립니다. 당신이 창조한 이상을 당신 마음 안에서 느껴보십시오. 그리고 자유롭게 따라가십시오. 아주 대담해지세요. 당신 자신의 능력과 힘을 자신 있게 믿으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언제든지 좋을 것입니다.»

코르토가 학생들을 가르칠때 한 말도 잊지 맙시다 ! :

« 작곡가가 절망감으로 절규하고, 사랑이 주는 불같은 고통을 호소할 때 우리는 무슨 상투적인 틀에 따라서 이를 밋밋하게 전달하는 등 이러한 표현밖에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불타오르는 음악의 언어가 기숙사 여학생들을 위해서 쓰인 나른한 시어(詩語)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변질된다.......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즐거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만 하는 그런 예술에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그 예술은 영혼이란 없는 완벽한 레이스에 불과하다. 당신의 손가락들에게 당신의 생각을 옮기는 임무를 부여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저 실행하는 자에서 해석자로 바뀔 테니까. »

사직서 내용 :

«- - - » 국제 피아노 콩쿠르 귀하

저는 깊은 슬픔과 함께 - - -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심사위원 사직서를 냅니다.

먼저 이 콩쿠르에 저를 심사위원으로 초대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훌륭한 수준을 갖춘 경연자들이 많이 참여한것과 미래가 창창한 피아니스트들을 환대히 맞이한 스텝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새로운 음악인들이 발휘할 예술을 마음껏 만끽할 기쁨에 부풀어 심사위원으로서 참가를 하였습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서 6명의 결선 진출자를 뽑을 때까지 심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저는 3가지의 불합리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 한 경연자가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였습니다. 하지만 연주 시작후 악보를 기억하지 못하여 한자리에서 계속 방황하더니 여러번 다시 반복을 하였지요. 그런 후 결국 몇 페이지의 악보를 아예 연주도 하지 않고 건너뛰고 결국 끝부분을 연주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러나 10개 국가의 세계적인 수준의 피아니스트들을 참가하게 한 국제 콩쿠르에서 이런 실수를 그냥 넘기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어떤 콘서리바토리의 학기말 시험이나, 심지어 국내 콩쿠르에서도 넘어갈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지금 저는 간혹 논의 되어지는 예술적 해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최소한 수준의 요구, 즉, 적어도 악보에 쓰여있는 전부는 연주해야 하는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 연주자가 결선 진출자로 뽑혔다는 결과를 듣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이 깜짝 놀랄 사실을 넘어 더 큰 충격은 확실히 좋은 연주를 보여준 지구 곳곳의 그 멀리서 참가하기 위해 온 여러 피아니스트들이 이런 사실도 모른채 눈물을 흘리며 크게 상심하고 자신감을 잃는 모습을 보며 저의 슬픔은 더 깊어만 갔습니다.

이 연주자들은 탈락시키고 국제 콩쿠르에서 최소한 요구되는 수준, 즉, 적어도 악보에 쓰여진 전부를 연주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여러번 실수 한 경연자를 결선에 진출시킨 이 광경을 저의 개인적 도덕심으로는 절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두번째 : 제가 더 더욱 경악한 점은 이 경연자가 바로 이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의 제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비록 이 심사위원장은 투표할 권리가 없었지만 저의 직업 윤리상 애초당시부터 그런 출전자의 서류를 허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후보자가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것 조차 저는 받아드릴수 없습니다.

세번째 : 직업 윤리상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밀감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심사위원장과의 친밀함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압력의 위험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세가지 부당한 이유로 인하여 깊은 슬품과 함께 사직서를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임현정 올림.

HJ Lim

뉴스팀 han62@segye.com
사진=임현정 페이스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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