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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빼는 트럼프…한풀 꺾인 서방 시리아 공습론

입력 : 2018-04-13 19:25:57 수정 : 2018-04-13 19: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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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伊“직접적 군사행동에 참여 않을 것”/ ‘화학무기 조사’ 방법 절충땐 철회 가능성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1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東)구타 조바르 지역의 군 진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다마스쿠스=신화연합뉴스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로 촉발된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 러시아를 겨냥해 시리아에 신형 미사일을 쏘겠다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제 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시리아 공습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밝히는 등 유럽연합(EU) 동맹국들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무력 대결보다는 외교적인 해법을 통해 시리아 사태를 풀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러시아 관영통신인 스푸트니크는 12일(현지시간) 독일과 이탈리아는 시리아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동맹국을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독일군은 군사적인 행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실도 “군사 공격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국은 대신 동맹국에 대한 후방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사진 왼쪽)과 신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앉아 있다. AFP 연합뉴스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지역인 동(東)구타 두마에 독가스 공격을 했다는 시리아 반군 활동가와 구조 단체의 증언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격으로 많게는 1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도 “희생자들이 질식작용제로 인한 증상을 보였다”며 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시리아가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법을 어겼다며 무력 응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러시아는 “화학무기 공격은 없었다”며 공습 시 응전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충돌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48시간 이내에 시리아 관련 중대 결정”, “멋지고 새로운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 것이니,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9일과 11일 잇달아 글을 올리며 극에 달했다. 실제 미 해군 항모전단이 지중해로 이동하면서 러시아와의 충돌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8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사진은 시리아민방위대(SCD) 제공.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시리아 공습이) 아마도 곧 일어날 수도 있거나, 전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말을 바꿨고, 미 백악관도 “최종 결정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발을 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국은 향후 시리아 사태의 해법을 논의할 예정으로, ‘공습 카드’를 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반대하면 영국과 프랑스가 공습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공습이 이뤄진다고 해도, 서방과 러시아 간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비공개회의를 소집,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논의했다. 안보리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진상조사 방법에 대한 절충이 이뤄진다면 시리아 공습이 연기되거나 철회될 수도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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