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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땐 1000원 깨질 수도"…외환시장 흔드는 트럼프의 '입'

입력 : 2018-04-10 21:08:40 수정 : 2018-04-10 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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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전망
최근 외환시장은 혼돈에 휩싸인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과 높이는 요인, 대내외 환경, 심리적 요인까지 혼재하면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향후 흐름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수출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미국에 흔들리는 한국 외환시장

1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월2일 달러당 1061.2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2월 9일 1092.1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등락폭이 심하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1월 평균 3.8원, 2월 5.5원으로 커지는 추세다. 4월에도 지난 3일 1054.2원으로 연저점을 기록한 뒤 이틀 만에 1069.6원으로 10원 넘게 오른 뒤 지난 9일엔 다시 2.5원 내리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한마디에 환율이 출렁인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이에 따른 중국과의 무역전쟁 파장이 적지 않다. 양국의 긴장이 완화되는 분위기이면 원·달러 환율이 내렸다가 긴장이 높아지면 상승한다. 양국 갈등이 격해지면 위험자산인 원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약달러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한국 등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 약세를 이끌면서 미국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인식이다.

미국의 카드는 환율보고서다. 오는 15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이나 중국 등을 상대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위협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대미 무역 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초과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 개입 세 가지 요건 가운데 두 가지(대미 흑자, GDP 대비 흑자)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 정부의 개발자금 지원과 공공 입찰에서 배제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감시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매년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는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것이란 전망에 원화는 강세를 나타낸다.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다만 미국이 관세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안화 절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율보고서 외에도 외환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개입 내역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개 시기, 정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스위스는 1년, 미국은 분기 단위, 일본, 영국, 호주 등은 월 단위로, 페루, 칠레는 주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환율 이면합의를 해 개입 여력이 준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까지 나서 “환율주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이면합의를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통상과 환율 둘을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기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갑작스러운 돈의 유출입 가능성이 크기에 적정환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입을 해야 한다”며 “얼마나 지난 것을, 어떤 주기로 공개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원화 강세… 수출기업 비상

환율 움직임은 수출기업에 초미의 관심사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은 타격을 입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총수출은 0.51%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산업별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때 기계수출과 정보기술(IT) 수출이 각각 0.76%, 0.57% 감소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0.4%), 석유화학(-0.37%), 철강(-0.35%) 등의 타격도 불가피했다.

환테크를 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원화가 강세일 때가 매수할 타이밍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까지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원화 강세가 지속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워낙 많은 요인이 섞여 있다 보니 얼마나 환율이 떨어질지, 원화 강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예상이 쉽지 않은 것이다.

북한 리스크가 완화하고 있는 것은 원화 강세 요인이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5월 말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성과가 있을지 예측할 순 없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크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변수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란 예상이다. 약달러를 주장할 가능성이 커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수 있다. 일각에선 달러당 900∼1000원으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약달러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어필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달러당 102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달러화 약세 정책, 흑자국에 대한 여러 가지 압박 등으로 내년 90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외환당국 개입이 어려워진다면 민간 해외투자 활성화 등으로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하는 등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환율보고서가 발표되고 심리적 불안요인들이 해소되면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외국인 자금 유출입 상황 등을 보면 원화 강세 모멘텀이 약하다”며 “여전히 균형환율은 달러당 1050~1060원선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은 이미 대부분의 이슈가 반영된 상태여서 1000원선을 위협할 가능성은 작고, 하락한다 해도 매우 일시적일 것”이라며 “5월 말 이후 원·달러 환율 반등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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