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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촬영 전 ‘성폭력 예방수칙’ 공지한 임순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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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30 14:17:52 수정 : 2018-03-30 14: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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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죠. 저희도 ‘리틀 포레스트’ 촬영에 앞서 성폭력 예방수칙을 공지했습니다.”

최근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관객을 찾은 임순례(58) 감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창인 때였다. 이달 1일 출범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공동 대표를 맡은 임 감독은 영화계에 있었던 지속적인 성폭력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성평등’ 환경을 지향하는 최근 영화 현장의 작은 변화에 지지를 보냈다.

“2016년 독립영화 ‘걷기왕’ 현장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성폭력 예방수칙을 시나리오 뒤에 첨부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반향을 일으켜 다른 현장에서도 교육을 통한 성폭력 예방 노력이 점점 확산하고 있어요. 저희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교육을 실시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참여자들에게 첫 촬영 전 콘티북과 함께 성폭력 예방수칙을 담은 인쇄물을 함께 나눠줬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고 삼시세끼 밥을 해먹으며 인생살이의 해답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로 동명의 일본 만화와 영화가 원작이다. 때묻지 않은 시골풍경이 청량감을 선사하고 제철 재료로 만든 아기자기한 요리들이 줄줄이 등장해 침샘을 자극한다. 지난달 개봉해 ‘힐링 영화’로 입소문을 타며 이달 초 손익분기점인 100만 관객(26일 기준 147만명)을 넘었다.

임 감독은 영화 성공의 공을 배우들에게 돌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모나 연기가 자연스러워야했고 우울한 상황에서도 너무 우울한 이미지는 아니어야했어요. 김태리씨가 딱이었죠.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류준열씨는 시골풍경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고요. 진기주씨는 ‘편안하게 오라’고 했더니 정말 ‘쌩얼’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난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인지도 높은 두 배우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친구처럼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했는데 너무나 훌륭히 해냈죠.”

영화에 참여한 사람 중 ‘리틀 포레스트’ 생활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임 감독이다. 그는 경기도 양평의 농촌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며 산다. 영화도 삶도 자연을 따른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한 임 감독은 육식을 끊은 지도 10년이 넘었다.

“보시다시피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아요.(웃음) 밥, 국수 같은 탄수화물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대신 콩, 두부류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다양한 과일과 직접 기른 쌈채소로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1994년 ‘세상 밖으로’ 조연출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일을 시작한 임순례 감독은 ‘세 친구’(1996),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2007), ‘제보자’(2014) 등을 연출하며 20년 넘게 한국 영화계에 짙은 발자국을 남겨온 한국 대표 여성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은 늘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고뇌를 진솔하게 담아내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왔다. 그럼에도 임 감독은 ‘대중 입맛’을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은 한국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와는 거리가 있어요. 개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는 일이 늘 고민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이 주류가 됐어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관객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고, 잔잔한 영화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작은 영화에도 투자와 배급이 원활히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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