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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2015년 노동계에 외압은 사실

입력 : 2018-03-28 19:20:13 수정 : 2018-03-28 2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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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기구 ‘노동개혁 상황실’ 운영/ 지휘는 靑 고용복지수석이 맡아/ 개혁 대신 ‘청와대 청부기관’ 노릇/“먼지털이 조사하면 누가 일하나”
‘생산문서 주기적 삭제, 문서파일 개인 PC 보관 금지, 출력물은 사용 후 즉시 파쇄.’

박근혜정부가 자체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설치한 비선기구(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의 ‘비상상황 대응 계획 수립’ 내용 중 일부다. 노동개혁을 담당한 곳이라기보다는 비밀스럽게 청와대 청부기관 노릇을 했음을 보여준다.

28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가 충격적인 이유다.

위원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2015~2016년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을 운영했다. 상황실은 2015년 8월 형식상 고용노동부차관 직속기구로 설치됐으나 사실상 김현숙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지휘하면서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 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결정사항을 집행했다.

이때는 박근혜정부가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노동 5법 발의와 양대 지침(쉬운 해고·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발표,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동계를 몰아세우던 시기다. 상황실은 노동시장 개혁정책을 둘러싸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 정당을 반대할 목적으로 보수청년단체 시위 등을 기획하거나 동원하기도 했다. 직권남용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고용보험기금 중 35억원의 운영계획을 변경하는 등 노동시장 개혁 관련 홍보 예산으로 102억원을 확보해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지시를 받아 행동한 공무원들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먼지털기식으로 조사하면 누가 일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병훈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장은 “이후 상황실 운영에 대한 문서들이 파쇄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에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5년 4월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한국노총에 대해 복귀를 종용하려고 그해 국고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뒤 이듬해 아예 지원 대상 사업에서 배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위원회는 국가정보원이 2008∼2013년 주부, 식당근로자, 대기업 사원, 장관, 기업 임원, 대학 교직원, 외국인 근로자 등 민간인 592명과 법무법인, 파견인력업체, 건축사사무소, 외국계 회사 등 기업 303곳의 고용보험 정보를 요구한 정황도 확인했다. 위원회는 고용부에 김 전 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를, 국정원이 정보 요구 대상자를 선정한 기준, 자료의 활용처 등에 대한 확인을 각각 권고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 정부 일이지만 위법·부당한 업무를 추진한 의혹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개혁위가 권고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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