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밀착취재] 전기자전거의 ‘질주 본능’ 사고 우려에도 ‘통제 불능’

입력 : 2018-03-25 19:26:16 수정 : 2018-03-25 21:35: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전거도로 통행 허용 첫 주말… 안양천 가보니
주말 서울 구로구 안양천의 자전거도로.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시민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페달을 밟고 있었다. 유독 여유롭게 자전거 속도를 높이며 지나가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전기자전거’였다. 자전거도로를 쌩쌩 달리는 전기자전거 이용자들은 속도감을 즐기겠지만 다른 라이더들에게는 위협이 되어 보였다.

지난 22일부터 개정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이 법은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에서 달릴 수 있게 했다.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기자전거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모델에 한해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최고시속 25㎞와 무게 30㎏ 미만, 페달을 돌릴 때만 작동하는 자전거(PAS방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이 기준을 맞춘 모델 51종만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전기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번호판을 달지 않아 과속해도 단속하기 어려워 위험하다.

행안부 방침에 따르면 안전기준을 충족해도 인증받은 모델이 아니라면 단속대상이다. 그러나 자전거도로에서 인증 모델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를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인증스티커를 붙인다고 하지만 크기가 작아 자전거가 달리면 잘 안 보인다. 속도를 높이려고 인증을 받은 후 튜닝하는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전기자전거 단속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지만 정작 지자체들은 세부 단속규정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는 번호판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며 “전기자전거에 맞는 세부 규정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행정안전부가 `전기자전거 시승 체험존`을 마련, 관계자가 전기자전거를 시험 운전하고 있다.

단속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관리하는 한강관리공사에는 단속 인력이 19명에 불과하다. 뚝섬과 반포, 여의도공원 자전거도로 단속에만 치중하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6개월간 계도기간이니 9월까지 단속방안을 마련하고 인력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객이 많은 3∼9월에 사실상 전기자전거로 인한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일반자전거와 같은 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전기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따른 사고 영향 연구 결과’를 보면,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의 5분의 1 정도 힘으로 페달을 밟아도 일반자전거와 동일한 속도가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지를 비슷한 힘으로 주행할 경우 전기자전거의 속도가 30.2%(6.1㎞/h)나 빠르다. 전기자전거는 ‘과속 위험’을 안고 달린다는 얘기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연합 사무처장은 “현실적인 단속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한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전기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단속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