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와인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피에몬테 마에스트로' 바바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3-23 06:00:00 수정 : 2018-03-23 08:57: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트러플의 고향 피에몬테에서 탄생한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17세기 중반부터 네비올로와 바르베라로 와인의 ‘미식 완성’

바바 바르바레스코
깊이를 알수없는 심연같은. 쌍커풀 진 커다란 그녀의 눈망울은 그윽하면서 매혹적이다. 끌릴듯 말듯 몸에 감기는 가넷빛 벨벳 드레스 차림으로 야외 무대에 등장한 그녀가 첼로를 잡는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충분히 잘익은 검은 과일 한입 베어 문것 같은 풍성하면서 부드럽고 화려한 선율. 깊은 호수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듯 심오하지만 때론 수줍은 소녀처럼 높고 가녀린 음색은 질리지 않는 긴 여운으로 이끈다. ‘피에몬테의 마에스트로’ 바바(BAVA)가 빚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이처럼 매혹적인 여성 첼리스트의 섬세한 연주를 떠오르게 만드네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깊은 숲속. 수백년의 세월을 버틴 고목들. 습기를 품은 낙엽과 흙내음.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풍미를 지닌 고급 식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헤이즐넛과 떡갈나무아래 땅속에서 자라는 트러플(송로버섯)입니다. 트러플이 송송 뿌려진 파스타는 향만 맡아도 식감을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끝의 피에몬테(Piemonte)에서는 최고급 화이트 트러풀이 생산돼 미식가들이라면 꼭 한번은 가봐야 하는 ‘미식의 도시’로 손꼽히죠.

피에몬테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는 와인입니다.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Barolo)가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피노 누아 단일 품종으로 최고급 와인을 빚는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피에몬테도 네비올로 100%로 와인을 만들어요. 그래서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의 부르고뉴’로 불린답니다. 네비올로는 색이 굉장히 연하며 붉은 과일, 말린 장미꽃 등 꽃향이 많이 나 피노 누아랑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맛은 반전 매력을 보여줍니다. 피노 누아보다 산도가 훨씬 높고 탄닌도 굉장히 강하죠. 트러풀의 명산지 답게 송로버섯과 시가박스, 흙냄새 등이 가득합니다.

바롤로의 동북쪽에 이웃한 바르바레스코도 바롤로의 명성에 못지않는 와인들이 나옵니다. 바롤로와 마찬가지로 네비올로로 빚는데 탄닌이 적어 훨씬 여리여리한 여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죠.바롤로는 묵직한 느낌을 주는 남성적인 와인입니다. 반면 바르바레스코는 섬세한 여성의 느낌이 더 많아 음식과 매칭이 더 좋답니다. 바르베라(Barbera) 품종도 있는데 산도가 높고 과일향은 많지만 탄닌이 약한 품종입니다.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기위해 강렬한 탄닌감과 부드러움을 주는 오크숙성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네비올로와 바르베라로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감성적 와인을 빚는 생산자가 바바(BAVA)입니다. 바바 바르바레스코는 풍성한 부드러움과 심오한 사운드를 내는 첼로 연주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깊고 그윽하면서도 매혹적인 여인의 느낌을 잘 표현했답니다. 오크숙성에 얻어진 풍부한 바닐라 향과 농축된 과일향이 잘 어우러지고 탄닌은 벨벳처럼 부드럽습니다. 

바바 셀러 오크통에서 숙성중인 와인들 바바 홈페이지
사실 바바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르베라 품종입니다. 바르베라의 잠재된 힘을 이끌어내 품질 혁신을 이룬 생산자로 명성이 높은데 대표 와인이 바바 스트라디바리오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Bava Stradivario Barbera d’Asti Superior)입니다. 스트라디바리오는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음색을 지녀 천상의 소리를 낸다는 칭송을 받는 명품 바이올린입니다. 18개월의 오크 숙성을 거치며 필터링을 하지않는 이 와인은 바르베라의 풍미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잘 익은 블랙체리 등 과일향과 바닐라향과 매력적입니다.

바바는 와인의 느낌을 다양한 악기로 레이블에 표현한다
17세기중반부터 콘코나토 다스티(Cocconato d’Asti) 지역에서 포도재배를 시작한 바바 가문은 이처럼 와인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와인도 생명체로 아름다운 음악은 와인의 숙성에 영향을 준다는 철학을 지녔지 때문이죠. 실제로 매년 포도 수확 후 발효 시기에 포도밭 중앙과 콘서트홀을 갖춘 셀러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진행해 음악의 감성을 와인에 불어넣고 있습니다. 바바는 와인을 잘표현하는 악기를 선택해 레이블에 표현할 정도로 음악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바바는 1911년 랑게와 몬페라토 지역으로 포도밭을 넓히고 와인 셀러를 짓는 등 가문의 이름으로 와이너리를 세웠습니다. 지금은 피에로 바바(Piero Bava) 세 아들 로베르토(Roberto), 줄리오(Guilio), 파올로(Paolo Bava)가 공동으로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바바는 음악 뿐아니라 와인을 쌀, 퍼품, 쵸콜릿, 치즈, 꽃, 물 등 다양한 소재들로 표현하는 디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로베르토 바바(왼쪽)와 양지훈 셰프
최근 한국을 찾은 로베르토 바바를 직접 만나 와인과 이런 다양 소재를 접목한 배경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로베르토는 이번 방한동안 와인들을 컬러로 표현했는데 서울 삼성동 레스토랑G 양지훈 스타셰프와의 콜라보를 통해 바바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를 색으로 풀어내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왜 와인을 표현하는데 컬러를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는 와인은 정형화된 것이 아니어서 다양한 맛과 향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피에몬테에는 40여개 토착 품종이 있어요. 다양한 품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색깔로 표현하고 싶었답니다. 와인은 2D가 아니라 3D죠. 단순히 마시는 음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매우 입체적이고 감각적이에요. 가끔씩 머리로 생각할 것을 주는게 와인인데 코로 느끼는 다양한 향을 색깔과 접목 시킬 수 있어요”.

바바 토우 비앙코 피에몬테 샤도네이
바바 토우 비앙코 피에몬테 샤도네이(Bava Thou Bianc Piemonte Chardonnay)는 신선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삶은 퀴노아와 감퓨레를 연두색으로 표현합니다. 레몬그라스, 감귤류, 민트의 신선함과 복합미, 풍부한 미네랄을 지녔고 뛰어난 산미가 돋보입니다. 

바바 코르 데 샤스 가비
바바 코르 데 샤스 가비(Bava Cor de Chasse Gavi)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코르테제 100% 화이트 와인입니다.

늙은 호박 벨루떼와 매칭하면서 중성적 느낌이 드는 신선한 노란색으로 요리를 컬러링했습니다. 로베르토는 우아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하네요. 가비는 사실 피에몬테 화이트 와인을 대표합니다. 다양한 전 세계 요리에 신선하게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인데 금관악기만이 낼 수 있는 활기 넘치는 음색을 지녔으면서도 우아하고 웅장한 잉글리쉬 호른으로 와인을 표현합니다. 사과, 신선한 꽃 향기, 미네럴이 풍부합니다.

그는 “화이트 와인은 하얀색, 레드와인은 빨간색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해요. 화이트 와인은 사실 흰색 아니라 노란색이야죠. 정답은 없어요. 열린 생각이 중요하죠. 다양한 감각으로 와인을 즐길수 있다는 점을 바바는 전하고 싶어요. 일종의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서커스인셈이죠”.

바바 리베라 바르베라 다스티
바바 리베라 바르베라 다스티(Bava Libera Barbera d’Asti)는 바르베라 100% 와인인데 붉은색으로 표현합니다. 바바에게 있어 바르베라는 ‘피에몬테의 피’처럼 여기는 매우 중요한 핵심 품종이라 레드를 매칭했다고 로베르토는 설명합니다. 신선한 체리향을 표현하기 위해 이베리코 삼겹살과 토마토 소스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를 곁들이면서 빨간색을 사용했습니다. 수령이 어린 바르베라를 사용해 모던한 스타일로 만든 와인으로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야생자두, 후추, 체리잼, 바닐라, 로즈마리 향 등의 향긋한 부케가 매력입니다.

바바 스트라디바리오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
바바 스트라디바리오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Bava Stradivario Barbera d’Asti Superiore)는 오크숙성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바닐라향이 특징이어서 아이보리로 표현하며 한약으로 염지한 오리 가슴살을 페어링합니다.

바바 바롤로 스카로네
바바 바롤로 스카로네(Bava Barolo Scaronne)는 바롤로의 묵직하고 진한 느낌을 브라운 컬러 선보이며 버터 감자퓨레를 곁들인 살치살을 매칭했습니다. 블랙 체리, 야생장미, 담배 잎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긴 여운이 돋보입니다. 바바는 독주로도 멋진 음색을 내는 중후한 바롤로의 특성을 더블베이스로 표현합니다.

바바 로제타
바바 로제타(Bava Rosetta)는 바바가 어렵게 복원한 말바지아 품종으로 만든 알콜도수 5.5%의 스위트 와인입니다. 딸기와 장미향이 설레이는 첫사랑 같은 느낌을 주는데 라즈베리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매년 한정 수량 생산되며 적절한 당도를 지녔을때 발효를 멈추는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야생장미 아로마가 긴여운을 남기고 가벼운 탄산도 지녔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