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매파 성향 드러낸 연준…전망 어두워지는 뉴욕증시

입력 : 2018-03-22 16:49:50 수정 : 2018-03-22 17:11: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0년만에 韓美 금리역전…정부·한은, “해외자본 유출 위험 낮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강화하려는 신호를 보내자 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뉴욕의 애널리스트들은 금리인상 등 여러 부정적인 요소에 의해 한동안 뉴욕 증권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10여년만에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해외자본 유출 등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파월,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경제에 도움 돼”

연준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만의 금리인상이자 올해 첫 금리인상이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예상했기에 관심은 점도표로 쏠렸다.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연준은 시장 변동성이 낮을 때 매파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이번에 연준이 조금만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여도 증시가 쉽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점도표에 드러난 연준의 성향은 비둘기파적이라기보다는 매파적이었다.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하겠다는 당초 기조는 유지됐지만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아울러 오는 2020년에도 2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이대로 흘러가면 앞으로 연준의 기준금리는 7차례 상승해 3.25~3.50%까지 올라가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 위원들 다수가 지난해 12월 이후로 자신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경제에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소 애매한 태도이나 결국 향후 경제 여건에 따라 매파 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조건부 인상론'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준은 경제 전망에서 낙관적인 시각을 보여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5%에서 2.7%로, 내년은 2.1%에서 2.4%로 각각 0.2%포인트 및 0.3%포인트씩 상향조정했다. 현재 4.1% 수준인 실업률은 3.8%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지표인 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1.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연준의 경제 전망이 긍정적일수록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연준이 금리를 네 차례 올릴 가능성을 아직 열어놔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준의 매파적인 성향은 즉시 시장에 반영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8% 떨어진 2만4682.31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8% 하락한 2711.93을, 나스닥지수는 0.26% 내린 7345.29를 각각 기록했다.

뉴욕의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매파적 성향과 무역전쟁 우려 등은 감안할 때 뉴욕증시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입장이다.

마크 햄릭 뱅크레이트닷컴 선임 애널리스트는 “그간 저금리 환경이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며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기업 실적도 약해져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클 한스 클라펠드파이낸셜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 활동이 둔화하는 한편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 주식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증시 투자전략가는 “지난 1월이 올해 투자심리가 최고조에 올랐던 시기”라면서 당분간 증시 전망이 어두움을 내비쳤다. 그는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모두 1월에 정점을 찍었다”며 “세제개혁 이후 투자자들이 낙관할만한 재료가 없다”고 전했다.

무역전쟁 우려도 여전하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다음날 미 행정부가 중국 수출품에 대해 최소 300억달러의 징계성 수입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뉴욕증시 상황이 글로벌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는 서로 연관이 깊다”면서도 “각국 증시의 등락 요소는 여러 가지라 일률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와 22일 아시아 각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7038.97로 거래를 마쳐 전거래일 대비 0.32% 떨어졌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24% 내려간 5239.74를,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0.32% 하락한 3401.04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30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1% 올라간 1만2309.15로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에서는 상해종합지수, 상해A지수, 항셍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등이 하락세를 시현 중이다. 일본 니케이225지수, 홍콩 레드칩지수, 홍콩 H지수, 인도 센섹스지수 등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자본유출 우려 딛고 상승세

한편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한-미 간 금리역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번 인상으로 연준의 기준금리는 1.5~1.75%가 돼 1.5%에 머물고 있는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졌다.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은 지난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만에 처음이다.

실제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렸던 지난달 외국인 주식자금이 이미 36억3000만달러어치나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사했던 지난 2013년 6월 이후 4년8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해외자본 유출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 중 약 85%를 차지하는 주식자금은 국내 경기상황과 기업실적 전망 등에 좌우된다”며 “나머지 15%인 채권자금은 중장기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금리역전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 차관은 또 “연준의 금리인상은 시장에 이미 선반영된 바”라면서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도 연준이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시장이 받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과거의 경험을 살펴볼 때 금리역전만으로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며 시장의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했다. 최근 외국인 채권 매도가 며칠 이어진 점에 대해서도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로 보긴 이르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한은의 입장을 반영하듯 이날 코스피지수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자본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2496.02로 장을 마감해 전일 대비 0.44% 올랐다. 

정부와 한은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금융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이 총재는 "시장 불안 상황이 온다면 여러 정책 수단을 통해 안정화 노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역전의 폭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을 작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환율과 거시경제 안정성을 위해 한은이 어느 정도 연준의 페이스에 맞춰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올해 5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같은 예측을 내놓았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