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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수장과 민주투사 아버지 사상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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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0 14:38:37 수정 : 2018-03-20 14: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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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20일 오후 2시쯤 고 박종철 열사 부친 만나 폭압정치 사과 공권력의 수장과 현대 민주화과정에서 물고문 때문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문무일(57) 검찰총장은 20일 오후 2시쯤 고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89)씨가 입원해 있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 302호실을 찾아 과거 정권의 무지막지한 폭압정치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이 20일 부산 수영구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89)씨를 찾아 사과하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문 총장은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아버님 너무 오랫동안 혼자 고생하셨는데, 그동안 역대 과거 정부가 잘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저희가 더욱 노력해서 좋은 나라 만들겠습니다”고 사과했다.

이에 병상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박씨는 “감사해요,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박씨는 지난해 3월 하순 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만남은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진행됐으나, 박씨의 건강상태가 한 달여 전부터 급격히 악화한 관계로 원만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사과와 문병 성격이 된 이날 만남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문 총장은 “늦게 사과해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딸 은숙씨가 “아버지, 총장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없어요”하고 묻자 박씨는 “지금이 최고로 좋은 상태야 괜찮다”고 대답했다.

박씨 옆 병상에 누워 있던 윤모(78·부산 남구 문현동)씨는 “어르신이 한 달여 전만 해도 보행기에 의지해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로 정정했는데 갑자기 기력이 약해지셨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어르신이 입원하신 지 1년 정도 되셨는데, 당시엔 여러 사회활동 한 말씀들을 많이 들려주시곤 했다”며 “그중에서도 지금 50대 이상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 아들 종철이는 물고문을 당해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애잔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관련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4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한 박 열사는 사회사상연구회라는 서클에 가입,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5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지원시위에 참가했다가 검거돼 구류 5일을, 6월에는 가리봉동에서 노학연대 투쟁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돼 구류 3일을 살았다. 1986년 4월11일에는 청계피복노조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했다가 구속돼 그해 7월15일 출소했다. 이후 학생운동에 계속 참여하던 중 1987년 1월13일 자정 무렵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용산구 남영동) 수사관 6명에 의해 연행됐다. 당시 경찰수사관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운동권 선배인 박종운씨의 행방을 추궁하며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하던 중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숨졌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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