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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중년들이여 취미를 가져라.."밤보다 취미 없는 미래가 더 무섭다"

입력 : 2018-03-17 13:00:00 수정 : 2018-03-17 16: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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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자문기구가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핀란드인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57번째로 일본인보다 행복도가 낮고 중국인들보단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변변한 취미가 없어서 주말이면 마치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소파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중년 싱글 남성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들은 야망을 가져야하는 반면 우리 중년 남성들은 취미를 가져야 할 듯하다.
■ 관련 조사
국내 카드사가 2017년 자사 고객의 소비동향을 분석한 결과 40대~50대 중장년 독신 남성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지만 소비는 가장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주로 의료, 교통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비용에는 지갑을 열고, 외식, 쇼핑, 여가생활에는 소극적인 양상을 보였는데, 이들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중장년 남성 약 40%가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감상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불편하다고 답했다.

회사에서는 당당한 이들이 회사 밖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이들 중장년 남성들은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약 40%가 응답), 미래에 대한 불안 등 감성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 직장인 남성을 묘사한 일러스트. 술. 야근. 일로 통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사진= 카드사 블로그 캡처)
■ 그들은 왜?
앞서 기업설문 외에도 노후준비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중에서도 원해서가 아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많았는데, 여의도 샐러리맨들에게 얘길 들어보니 ‘시간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들은 아침 9시 출근해서 평균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주말에도 특근이나 거래처 담당자와 미팅 등을 하다 보니 체력적인 한계와 시간 부족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또 관리직에 위치하여 자신의 업무가 끝나도 부하직원들의 업무를 살피거나 상사의 퇴근 여부도 이들의 귀가를 가로막았다.

한 52세 남성 A씨는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부담이 가중할 수밖에 없다”며 “성과나 문제의 경중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중장년 남성들은 선택의 폭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신인 지금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가정을 둔 남성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혼자는 가족을 부양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생각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며 "개인차는 있지만 중장년들은 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일에 더 매달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 그럼 우리보다 행복하다고 평가받는 54위 일본은 어떤가?
결과부터 말하면 큰 차이는 없다.

국내에서 전문가 의견이나 사례를 찾기 어려워 장시간 근로문제와 과로사 문제에 민감한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봤다.
한국보다 덜하지만 일본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강도 높은 근무환경과 야근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이들 중장년을 두고 ‘쉬는 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직장인 남성들 역시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주말이 아니면 쉴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그들도 평일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을 보이지만, 쉬는 날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몰라 기껏 밤늦도록 TV를 보거나 다음날 낮잠 자는 게 이들이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다.
한국 남성들과 다른 점은 결혼한 이들도 아내가 이해하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이다.

한편 일본 커리어넷이 이들 중장년 남성에게 밤늦도록 야근하는 이유를 묻자 일이 많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서는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은 끊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본 중장년 남성 역시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억지로 틈을 내서라도 여유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일본 노동환경 연구소 관계자는 “쉬는 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업무 외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것과 같다”며 “정년을 앞둔 지금 적절한 취미나 관심사가 없다면 퇴직 후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무기력함에 빠져 심할 경우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다시 일자리를 찾아 맴도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기 전, 생각하지 말고 실천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좋다. 악순환의 사슬은 빨리 끊을수록 인생이 윤택해진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일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주말 집에서만 머물지 말고 쇼핑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기라는 말은 어쩌면 가혹할지 모르겠다. 당장 힘든 현실에 무리가 따르지만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단계를 나눠 시작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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