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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이 졸업 선언한 ‘잃어버린 20년’ 따라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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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3 00:49:21 수정 : 2018-03-13 0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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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최악의 장기 불황인 ‘잃어버린 20년’ 탈출을 선언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디플레이션이 사라졌다”며 “일본 경제는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 이런 평가를 한 것은 모든 경제지표에서 불황 징후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경기동향지수는 지난해 12월 120.7로, 1985년 조사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1월에도 1.4% 올라 13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실업률은 2.4%로 1993년 4월 2.3% 이후 가장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10대 기업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기업이 돈을 버니 가계소득이 늘고, 내수가 불붙을 것은 빤한 이치다. “일손이 모자란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일자리 역시 호황이다.

일본 경제가 다시 용트림하는 배경에는 아베노믹스가 있다. 2013년 1월부터 전면화한 아베노믹스는 친기업 환경을 만들어 경제를 부흥시키는 전략이다. 양적완화와 엔저, 법인세 인하, 규제 철폐를 핵심으로 한다. 5년의 아베노믹스 가동 끝에 일본 경제는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본이 졸업을 선언한 ‘잃어버린 20년’을 촉발시킨 정책을 판박이처럼 따라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만 똑같은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공휴일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처럼 생산성을 낮추는 정책 하나하나가 1990년대 초반 일본을 빼닮았다. 설상가상 법인세를 올리고, 시장·노동 규제까지 되레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일본형 장기침체와 성장동력 훼손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쏟아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금 같은 상태라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이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가 닥친다는 경고다.

상황이 이렇다면 경제를 어찌 살릴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 봐도 규제·노동 개혁 소리는 들리지 않고, 반시장·반기업 정책만 난무한다. 이러고도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가. 대통령 집무실에 걸어놓을 것은 일자리 상황판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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