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 관악구에서 첫선을 보인 온기 텐트가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지금은 자치단체별로 차별화한 온기 텐트를 설치하면서 고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 지난겨울에는 정류장에 온돌의자까지 등장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할 정도다.
2013년 서울 동작구에서 처음 등장한 한여름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도 ‘히트 행정’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보다 못한 구청장이 창고에 보관 중인 행사용 천막을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땀을 식힐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늘막 아래에서 뙤약볕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큰 만족도를 보였다.
전국 곳곳에는 디자인과 편의성을 함께 갖춘 다양한 온기 텐트와 그늘막이 등장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생활 밀착형 행정이다. 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많은 국민이 혜택을 입고 있다. 삶의 질 개선을 우선하는 지방자치제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동 복지허브화 사업은 정부가 벤치마킹해 전국으로 확산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 평화에 밀알을 제공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또한 강원도가 강릉, 평창, 정선과 힘을 합쳐 유치했다. 올림픽 유치를 선언할 때 체육계는 물론 중앙부처도 코웃음을 쳤지만 역대 최고의 성공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18일 2018평창동계패럴림픽이 끝나면 지방선거 국면으로 돌입한다. 벌써 각 지역에는 예비후보자들이 지역을 위한 일꾼을 자임하며 현수막을 내걸고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더 높은 자리를 노리며, 체급을 올려 도전하기 위해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았음에도 사퇴를 선언하는 단체장들도 줄을 잇는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풀뿌리 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생활밀착형 행정을 고민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일꾼이 지자체에는 필요하다. 그래서 지방자치제가 시행됐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버젓이 남은 임기를 사퇴하는 것은 주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퇴 이유를 그럴싸하게 포장할지언정 속 내용은 현직을 디딤돌로 이용하겠다는 것의 다름 아니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
오는 6·13지방선거에서는 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 자리를 거쳐 가는 자리로만 생각하는 후보는 논에서 피를 뽑듯이 골라내야 한다. 주민들은 작더라도 배려하는 행정에 감동한다. 주민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준비가 안 됐다면 일찌감치 단체장 출마의 뜻을 접어야 한다. 임기 공백은 지역발전을 저해한다. 주민들은 표로 냉철하게 심판해야 한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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