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군수는 지난 6일 오전 11시26분 피해 여성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세계일보에 보도된 피해 여성 3명과 아는 사이로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다. 안 군수는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안 군수는 두 번에 걸쳐 모두 7분간 A씨와 통화했다.
이후 5차례 전화가 왔지만 A씨는 안 군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군수는 A씨에게 “자네 친구들이 4∼5년 전에 군수실에 온 적 있지, 3∼4년 전인가, 자주 와서 (내가) 국화도 주고 그랬지”라고 말했다. 안 군수가 A씨의 소개로 군수실에서 피해 여성들을 만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안 군수는 이어 “그때 군수실에 온 여자 중 성추행당했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여자가 누구냐”고 A씨에게 피해 여성이 누군지 알아보려 했다. 안 군수는 A씨에게 피해 여성들이 자신을 언론에 제보하고 검찰에 고소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A씨는 “성폭력 당시 피해자인 박○○가 난리 쳤다”고 하자, 안 군수는 “박○○이 누구냐”며 피해 여성을 재차 확인했다. A씨가 안 군수에게 “왜 피해 여성들을 만지고 추행했냐”고 따지는 대목에서는 5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6일 안 군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성폭력 피해자 A씨가 당시 안병호 함평군수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지목한 모텔. 한현묵 기자 |
전남지방경찰청은 피해 여성 3명 중 2명의 조사를 마쳤다. 나머지 한 명은 9일 피해자 조사를 받기로 했다.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피해 여성 3명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남여성복지시설연합회는 8일 영암에서 ‘함평군수 성폭력 피해 대책 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안병호 군수가 사과는커녕 명예훼손 혐의로 피해자를 고소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조만간 성명서 발표와 군청 앞 집회 개최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함평=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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