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對北)특별사절단의 5일 방북(訪北)은 우리 측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이나 성향을 직접 확인할 중요한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북한 매체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자들을 업어주고 맞담배를 피우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선전선동 차원에서 매체가 통제되는 북한의 특성상 김 위원장의 실제 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외부 인사와 만난 일화가 공개된 외국 다큐멘터리 속 모습을 분석할 때 솔직하고 호탕한 스타일로 보인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의 2013∼2014년 방북기를 다룬 영국 다큐멘터리 ‘데니스 로드맨의 평양방문기’를 보면 김 위원장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한 스타일이다. 로드맨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2013년 9월 김 위원장의 동해안 여름 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로드맨은 자신의 첫 번째 방북이었던 2013년 2월 농구 묘기를 선보이는 것이 주특기인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농구단과의 방북 이후 김 위원장이 “보여주기 위한 쇼는 원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했다”며 “(그는) 그런 걸 원했던 게 아니라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진짜 농구 경기를 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만찬 자리에서 그의 할아버지·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판하는 로드맨의 발언에도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데니스 로드맨의 에이전트인 대런 프린스는 “(로드맨이 건배사에서) 김 위원장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을 망쳐놨고 나(로드맨)는 그걸 바로잡으려는 김 위원장이 좋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갑자기 일어난 뒤 5초간 가만히 있다가 잔을 함께 높이 들고 웃으며 손뼉을 쳤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왼쪽)과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이 2014년 1월 평양에서 열린 전직 NBA 선수 올스타팀과 북한 농구팀 간 친선 경기를 관람하던 중 대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공식 외교 활동사진과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스킨십도 스스럼이 없는 편이다. 2016년 6월31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특사 일행과 만났을 당시 김 위원장은 특사단장인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국가평의회 부의장과 부둥켜안으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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