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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질주 비결은 ‘하루 밥 열다섯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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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5 18:46:10 수정 : 2018-02-26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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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썰매 무게 나갈수록 가속도 / 4명이 419㎏… “토할 정도로 먹어” / 맏형 원윤종 2인승 부진 딛고 미소… “상상했던 일 이뤄지니 꿈만 같아”
봅슬레이 대표팀 조종수(파일럿) ‘맏형’ 원윤종(33)은 지난해 누구보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 2015∼2016시즌 주요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를 거머쥔 그는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봅슬레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인승에서는 2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 다음달 평창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 2인승에서 5위를 기록하며 반짝 반등했지만 취재진을 피해다니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5일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에서 공동 은메달을 거머쥐면서 풀이 죽었던 원윤종은 마침내 미소를 찾았다. 그는 경기 뒤 “상상하던 일이 결과로 이어지니 꿈만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환호 한국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4인승 4차 주행을 마치고 기록을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윤종, 김동현, 전정린, 서영우.
평창=남정탁 기자
원윤종이 기적 같은 은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2010년 봅슬레이 입문 당시 그의 키는 182㎝, 몸무게는 70㎏대였다. 다소 마른 몸매이던 그가 봅슬레이 입문 후 가장 먼저 한 게 ‘폭식’이다. 봅슬레이에서는 선수들과 썰매를 합한 무게가 더 나갈수록 가속도가 많이 붙어 최대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살찌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원윤종은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게 정말 굉장히 고역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이 25일 남자 4인승 3차 주행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하고 있다.
평창=남정탁 기자
4인승은 선수들과 썰매를 합친 무게가 최대 630㎏으로 제한된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무거운 썰매를 타는 것보다 건장한 체격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썰매를 타는 게 훨씬 유리하다. 이에 원윤종과 동료는 하루에 밥 15공기를 먹어가며 극한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아무리 운동량이 많아도 몸이 그 많은 섭취량을 다 소화해내지 못해 토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원윤종(109㎏)과 전정린(29·102㎏), 서영우(27·104㎏), 김동현(31·104㎏)은 모두 ‘세 자릿수’ 몸무게를 맞춰 419㎏를 만들었다. 대표팀 이용 총감독은 “아무래도 맛있어야 음식이 잘 먹히는데 닭 가슴살이나 당분이 없는 떡 같은 맛 없는 건강식을 계속해서 먹어야 하니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윤종이 봅슬레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썰매 종목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원윤종은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스테이크는 비싸서 많이 못 먹었다”며 “뷔페식으로 나오는 숙소 조식을 몰래 따로 챙겨 나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어느새 거구로 변신한 지 오래인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은 평창올림픽 공동 은메달로 그간의 모든 고생을 보상받았다. 근육 단련 때문에 제한된 음식으로 살을 찌운 대표팀은 당분간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겠다고 선언했다. 서영우는 “짜장라면, 냉동식품, 부대찌개 등 그동안 먹지 못한 걸 다 먹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평창=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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