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극 배우 이명행이 성추행 논란으로 출연 중인 연극에서 최근 중도하차한 데 이어 14일 대표적 연출가인 이윤택이 과거 배우를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돼 활동을 중단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사진)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당시 연출가가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고 그날도 자신을 여관방으로 호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황상 해당 인물이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임을 암시했다. 이윤택은 대표적인 연극 연출가 중 한 명이다. 30년 넘게 연희단거리패를 이끌면서 한국 전통과 서구적 연극 양식을 접목한 독자적 연극 세계를 구축했다. ‘혜경궁 홍씨’, ‘오구’, ‘백석우화’, ‘문제적 인간 연산’ 등 올리는 작품마다 호평 받았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의 폭로 뒤 이윤택 연출은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를 통해 ‘예전 일이라도 잘못된 일이었고 반성하는 게 맞다’며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희단거리패는 3월1일부터 이윤택 연출로 예정됐던 ‘노숙의 시’ 공연을 취소했다.
앞서 이 연출가가 공공 극단에서 작업할 당시 직원을 성추행해 해당 극단에서 더이상 함께 작업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극단 측은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당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아 앞으로 그 연출가를 극단 공연에 참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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