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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지난 50년 동안의 한국 시리즈 영화 훑어보기

입력 : 2018-02-10 14:00:00 수정 : 2018-02-09 17: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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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시리즈 영화’라는 단어가 다시 보이는 요즘이다. 사실 늘 보이긴 했다. 재미있게 본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오늘은 한국영화들 중 시리즈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약 5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지난 8일에 개봉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 2017)은 2011년 1편, 2014년 2편에 이어 3편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김석윤 감독과 김명민, 오달수 배우가 이번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화 '조선명탐정'(네이버 영화 포스터)

현재 상영 중인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2017)의 경우 1, 2편 촬영이 함께 진행되어 2편이 올 여름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밖에 ‘베테랑’(감독 류승완, 2015)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2014), ‘베를린’(감독 류승완, 2012), ‘전우치’(감독 최동훈, 2009) 등의 속편 준비 관련 소식도 있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2년에 개봉된 ‘가문의 영광’(감독 정흥순)은 ‘가문의 위기’(감독 정용기, 2005), ‘가문의 부활’(감독 정용기, 2006), ‘가문의 영광 4’(감독 정태원, 2011), ‘가문의 영광 5’(감독 정용기, 2012)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여고괴담’도 1998년 1편부터 2009년 5편까지, ‘조폭 마누라’도 2001년 1편부터 2006년 3편까지, ‘공공의 적’도 2002년 1편부터 2008년 3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어 관객들을 만났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애마부인’ 시리즈가 있었다. 1982년 정인엽 감독의 1편을 시작으로 1995년 11편까지 제작되었다. 그밖에 나도향 원작의 ‘뽕’(감독 이두용, 1985)도 1992년 3편까지 제작되었다.

영화 '팔도강산'(한국영상자료원 kmdb)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찾아볼 수 있다. ‘팔도강산’(감독 배석인, 1967년)은 흥행 성공 이후 ‘속 팔도강산’(감독 양종해, 1968), ‘내일의 팔도강산’(감독 강대철, 1971), ‘우리의 팔도강산’(감독 장일호, 1972)으로 제작되었는데, 김희갑, 황정순, 김진규, 박노식 등 대부분의 주연배우들이 계속 출연했다.

또 다른 ‘팔도’ 시리즈인 ‘팔도사나이’(감독 김효천, 1969)는 ‘속 팔도사나이’(감독 편거영, 1969), ‘돌아온 팔도사나이’(감독 편거영, 1969), ‘원한의 팔도사나이’(감독 편거영, 1970), ‘예비군 팔도사나이’(감독 편거영, 1970) 등으로 제작 되었는데, 박노식 배우가 모두 출연해 용팔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1991년에 제작된 ‘1991신팔도사나이’(감독 편거영)에서는 박노식 배우의 아들인 박준규 배우가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팔도사나이'(한국영상자료원 kmdb)
모든 영화들을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언뜻만 봐도 시리즈 영화 제작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한 현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0~70년대에는 정부의 영화 규제 속에 많은 한국영화를 제작해야만 했던 제작사 입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속편을 제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침체기로 평가되는 1980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도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리즈 영화 제작은 이미 1910년대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주로 메이저 대형 영화사들의 제작방식이었는데 1950년대 이후 점차 줄어들었다. 시리즈 영화의 역할을 당시 대중화되기 시작한 TV드라마나 프로그램이 대신 했기 때문이었다.

시리즈 영화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에는 흥행 지속성을 비롯해 캐릭터와 출연진의 지속성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출연진이 바뀔 수도 있지만, 최소한 주요 캐릭터는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007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제작 주체의 지속성이다. 원작에 이어 속편을 제작하려는 제작사나 제작자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까지도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할리우드의 대작 시리즈 영화들도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영화사가 중심이 되어 제작을 지속하고 있다.

영화 '조선명탐정'(네이버 영화 포스터)
앞서 언급했던 한국영화들 대부분도 1편을 제작한 영화사나 제작자가 지속적으로 속편을 제작한 경우이다. 2010년 이후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 내에서 영화사나 제작자보다는 투자사나 투자자의 역할이 커지면서 시리즈영화 제작 성사는 과거보다는 좀 복잡해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잠시 약 5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봤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예전부터 시리즈 영화가 있었다. 단지 10년 이상 지속된 경우가 많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많이 잊혀졌다.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 같은 영화를 우리도 제작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월이 흘러도 여러 세대의 관객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한국 시리즈 영화 몇 편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시리즈 영화 제작을 시도 중인 영화인들과 그 영화들에 호응하는 관객들을 응원해본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사진=한국영상자료원 kmdb, 네이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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