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250만원이 넘는 고가주 삼성전자가 50대 1로 분할돼 주가 5만원선이 되면 개인투자자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우량주 삼성전자는 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매수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주가가 5만원 선에서 거래된다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삼성전자에 개미군단이 투자할 길이 넓어지게 된다.
개인투자자 김모(48)씨는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삼성전자가 ‘부의 증식’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식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날 7만1000원 급락하며 250만원 선이 무너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270만7000원까지 급등하며 액면분할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액면분할 소식에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28만주가량을 동반 매도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불과 5000원 오른 249만5000원에 머물렀다. 이날 개미군단만 27만주 이상을 매수했다.
앞으로 액면분할이 국내 증시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디스카운트 해소 관점에서 단기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종전 250만원에서 280만원 수준으로 회복되면 이에 따른 코스피 상승 여력은 2∼3%에 달한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기업분석부장은 “이번 액면분할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준다는 의미는 있지만 주가는 결국 업황이 결정할 것”이라며 “액면분할은 오래갈 재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오는 5월 중순쯤 분할된 주식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시장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액면분할에 따른 변경상장 절차를 밟는 기간 삼성전자 주식이 10여일 거래 정지될 경우 코스피200 선물이나 지수 연계 상장지수증권(ETF) 등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투자자들의 불안감 때문에 지수 연계선물이나 ETF의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액면분할을 위한 삼성전자의 거래 정지 기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정필재 기자 rang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