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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주도권은 내 손 안에'… 운전대 노린 ‘김정은의 몽니’

입력 : 2018-01-30 18:55:45 수정 : 2018-01-31 00: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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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심야 기습통보 의도는/현송월 訪南 취소 통보 때도 밤 10시/ 한밤중 南정부 체계적 대응 어려워/“南 길들이기 위한 충격효과 극대화”/ 김정은 의사결정 주로 밤시간 지시/ 한반도 문제 주도권 쥐겠단 속셈도/ 靑 “안타깝다”… 與野 한목소리 비판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해 대남 심야 기습 통보를 연이어 했다.

북한이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금강산 남북공동문화공연 취소를 통보한 것은 29일 오후 10시10분쯤이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10시에는 다음 날(20일) 예정됐던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訪南) 계획 취소를 전격 통보했다.

심각한 조명균 조명균 통일부 장관(앞줄)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제현 기자
북한이 중대한 남북 합의 일정 취소를 통보한 시점을 한밤중으로 잡은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취소 통보를 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 할 수 있을 텐데 굳이 늦은 밤 시간대를 택한 것은 우선 우리 정부와 언론의 대응이 취약한 시간대를 노려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물리적으로 밤 시간대는 북한이 몽니를 부리는 실제 의도와 배경을 분석하고 따져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체계적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는 북한이 야밤에 입장을 통보해온 이후 오후 11시20분쯤 언론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사실을 공지하고 북한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유감 표명 및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대언론 메시지를 발신한 게 전부였다.

우리 정부의 정식 입장은 다음 날인 30일 낮 12시40분쯤에서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달됐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업무시간인 낮보다 밤이 확실히 정부나 언론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취약한 시간대라는 점을 공략한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끌고 가려고 우리 정부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충격 효과 극대화를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마식령 스키장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업무 패턴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의사 결정이 주로 밤에 이뤄지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밤에 술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첩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돼 아침형이라기보다는 야행성으로 분류된다”며 “김정은 지시 없이는 남북관계 일정 취소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주로 밤 시간대에 지시를 내리는 것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는 2016년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난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며칠 전 와인 10병을 마셔 속이 좋지 않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허를 찌르는 듯한 기습적인 조치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전력하는 문재인정부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현송월(가운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송월 사태에 이어 금강산 일정 취소 통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북한의 경고 메시지이고 앞으로도 이런 메시지를 계속 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 입장을 유지하는 데 대해 불만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일방적인 금강산 합동공연 취소 여파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 퍼질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가) 안타깝다”며 “남북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만의 염원이 아닐 텐데 북한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북한의 약속 파기와 제멋대로 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며 “지금이라도 북한의 ‘건군절 핵퍼레이드’ 취소를 요구하고 약속 파기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서·정선형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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